통지의무 위반 사실에 다툼이 없는 경우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 문제 검토

대학생이 배달대행업무를 하던 중에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 H보험회사는 직업변경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위 사안에 관하여 최근 광주지방법원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계약 후 알릴의무(이하 “통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기간이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위 판결이 기존 주류 판례의 사안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

통지의무 위반시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기간이 언제부터 진행하는지 문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통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보험회사는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여기서 위반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 문제된다. 이는 해지의 효력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주요 대법원은 손해사정보고서를 통해서 안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입장

대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통지의무 위반이 없다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그때까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곧바로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후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조사·확인절차를 거쳐 보험계약자의 주장과 달리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안 때에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손해사정보고서를 통해서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인한 때로부터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보는 사례가 많다. 특히 손해사정 중간보고서를 제출받은 이후에 법률자문을 진행한 경우에도 손해사정 중간보고서 내용상으로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되었다면 법률자문 회신 시점이 아닌 손해사정 중간보고서 제출 시점에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본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 2011다23750 판결
**고지의무에 대해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보험] “법률자문 아닌 ‘중간보고서’ 기준으로 고지의무 해지 제척기간 1달 계산한다” 판결(2022. 12. 21.) 참조

화재보험보통약관에서 보험계약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음에도 보험자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통지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를 보험계약의 해지사유로 규정하는 한편 보험자가 그러한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경우, 이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해지 원인이 존재하고 해지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위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위와 같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보험자가 알게 된 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없었다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통지의무 위반이 없다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그때까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곧바로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후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조사·확인절차를 거쳐 보험계약자의 주장과 달리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안 때에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 2011다23750 판결

최근 광주고등법원 판결 사례로, 통지의무 위반에 대해서 다툼이 없거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측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도 객관적으로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된다고 판단한 사안

최근 광주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이 선고된 사안은, 직업을 대학생으로 고지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피보험자가 배달대행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사고에 관한 것이다.

보험계약자 측은 2023. 7. 20. 위 사고로 인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피보험자가 처음에 학생으로 보험가입을 하였으나,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업무를 하다가 사망하였으므로 직업급수에 따른 비례보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손해사정의견서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손해사정보고서를 2023. 8. 28.경에 이르러서야 수령하였고, 2023. 8. 29.경에 보험계약자 측에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위 사안에서 광주지방법원은 통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경우 또는 보험계약자 측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도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가 자체적인 손해사정을 진행하지 않았더라도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광주지방법원 2024. 5. 29. 선고 2023가단564600 판결 참조(2심 광주고등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나23650 판결에서도 같은 결론이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과 보험자 사이에 통지의무 위반의 점에 관한여 다툼이 없거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도 보험자가 추가 조사·확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통지의무 위반의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손해사정보고 등 절차 없이도 그때로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2024. 5. 29. 선고 2023가단564600 판결

[노트]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지는 않음

통지의무 위반시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주로 보험회사 측이 손해사정 절차를 통하여 위반 사실을 확인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고 실무이다.

위 광주지방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자 측이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 비례보상을 요구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보험회사 측이 손해사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도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의 입장은 ‘통지의무 사실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 관한 것이므로, 만약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이 통지의무 사실을 다투고 있지 않다면 달리 볼 수 있는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2024. 5. 29. 선고 2023가단56460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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