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보험자 새벽 5시경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이마 찢어지고 눈에 멍들어
- 다음날 ‘두통, 말 어눌함’ 증상으로 병원 방문, 뇌진탕 의심 진단 받고 응급실 방문했지만 1시간만에 자진해서 퇴원해
- 다시 하룻밤 지난 날 아침 10시경 자택에서 쓰러져, 119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 했지만 사망
- 유가족은 ‘상해사망’ 주장 vs 디비손해보험은 ‘심장질환 사망, 부검 안 해서 사인 불명’ 주장
사안 – 화장실에서 넘어지고 병원 치료를 소홀히 했는데 2일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해
피보험자는 2011년에 디비손해보험의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했습니다.
2017년 6월 11일 오전 5시 ~ 6시 경에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고 눈에 멍이 들었지만, 피보험자는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인 2017년 6월 12일에 정형외과의원에 방문해서 ‘투통’과 ‘말 어눌함’ 증상을 호소했는데, 의사는 ‘뇌진탕’이 의심된다고 진단하며1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피보험자는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방문했고 뇌 CT 촬영 등 정밀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피보험자는 찢어진 이마를 꿰매주고 해열제 처방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X-ray 촬영 등 기본적인 검사만 이루어졌는데, 피보험자는 응급실에 방문한지 1시간 만에 스스로 병원을 떠났습니다. 의사의 지시 없이 자진해서 퇴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다음날인 2017년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경에 자택에서 다시 쓰러진 피보험자는,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가족은 디비손해보험에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판결 – 넘어진 사고 이후 55시간만에 사망한 피보험자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상해사고)’로 사망한 것 맞아2
대전지방법원 제5민사부3는 피보험자가 뇌출혈 등 심혈관계 질병이 아닌 넘어진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디비손해보험은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 진료기록 감정 결과 – 뇌내출혈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나, 심장질환에 의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이 문제되었기 때문에, 소송 진행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감정의는 피보험자가 뇌내출혈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외상으로 인한 뇌내출혈으로는 구음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고,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감정의 의견 1> 피보험자는 뇌내출혈 소견 보였고,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으로 보여 - 피보험자는 화장실에서 넘어져 구음장애 등 증상을 보였음 → 두개강 내에 출혈(뇌내출혈)이 사망원인으로 충분히 가능(가장 유력한 진단임) - 심장요인으로 사망하였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음
<감정의 의견 2> 안면부 수상으로 발생한 뇌내출혈이 구음장애로 이어질 가능성 낮고,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 피보험자는 안면부 수상을 입었는데, 안면부 수상으로 두개강 내에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두부 손상을 입은 경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음 - 외상으로 인한 두개강 내에 출혈이 발생할 경우 단독으로 구음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음 - 심잘질환에 의한 사망도 배제할 수 없음
(2) 인과관계 – 사고부터 사망까지 시간 간격, 감정 결과, 평소 건강상태 등 고려할 때 뇌내출혈로 인한 사망 인정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진 후 뇌내출혈(두개강 내 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보험자는 화장실에서 넘어진 후 약 55시간여 만에 사망했습니다.
- 피보험자는 넘어지면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병원에서 ‘두통, 말 어눌함’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 감정의 의견에 따르면, 사망원인으로 두개강 내 출혈, 돌연사 도는 급성 전격성 심근염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우측 안구 및 귀 주변부 출혈, 구음장애 증상과 흉부 X-ray상 간질 표식 증가 부존재, 근육효소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개강 내 출혈이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으로 추정됩니다.
- 피보험자는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질병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2016년 일반건강검진 결과 뇌졸중(뇌경색), 협심증/심근경색, 혈관성 치매에 관한 경도의 위험이 있다는 판정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는 ‘신체활동부족’을 이유로 한 것이었고, 건강검진 종합소견은 ‘정산B’였습니다.
-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란에 ‘상세불명의 심장정지’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선행사인 등에 관한 기재는 없고, 사망의 종류에 병사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망진단서 기재만으로 피보험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3) 부검을 하지 않은 불이익 – 사망의 원인인 외래의 사고가 존재하는 사안은 달리 취급해야
특히 재판부는,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의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고 밝힌 대법원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 법리를 이번 사안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안에 관한 판결인데, 이번 사안은 피보험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진 사고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르다는 이유였습니다.
또한, 이번 사안은 부검 이외의 증거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원인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부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이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서 불이익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도 덧붙였습니다.
노트 – 동일한 사안에 대해 1심과 2심이 전혀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1) 1심 판결 요약
이번 사안의 1심 재판부4는 피보험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진 사고로 인하여 사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 주요 판단 근거는 ① 사망진단서의 직접사인이 ‘상세불명의 심장정지’이고, ② 화장실에서 넘어진 이후에 CT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뇌손상의 정도를 알 수 없으며, ③ 감정의 의견은 뇌내출혈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고, ④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2) 인과관계 판단의 모호함
1심과 2심 재판부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거의 동일한 증거들을 두고도 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송 실무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임변노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민사소송에서 인과관계는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아도 됩니다(저수지로 돌진한 자동차 사례 참고).
따라서 동일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제시되는 증거나, 그 증거를 활용한 변호사의 주장, 이를 해석하는 판사의 관점에 따라서는 결론이 전혀 달라질 수 있고,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