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할인으로 의료비를 할인받은 경우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이 문제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3. 4. 27. 선고 2022나2024849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6. 16. 선고 2021가합24725 판결 사례입니다.1
[사안의 개요] 한방병원 ‘지인할인’ 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금 분쟁
피보험자가 한방병원에 입원하면서 ‘지인할인’ 명목으로 의료비를 할인받은 사안입니다.
피보험자는 지인할인을 받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반면에, 보험회사는 할인된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맞섰습니다.
[판결] 1심은 ‘할인된 의료비’를 기준으로, 2심은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
1심과 2심의 판단이 서로 달랐습니다.
1심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송경호)는 실손보험이 손해보험으로서 성질을 가지므로 실손해보장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여 의료기관이 비급여 의료비를 부풀려서 높게 책정하고 이후 할인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환자로서도 할인금 상당의 금원을 취득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진료를 받게 되는 등 실손의료보험을 남용할 유인이 매우 커진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
2심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이광만)는 2009. 10. 개정 이후 표준약관에서와 달리 구실손에서는 명시적인 약관 규정이 없어서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노트] 약관 개정은 양날의 칼
2심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보면, ‘개정 전과 후의 약관 해석이 같을 수 없다’는 논리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보험약관의 개정은, 그 의미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분명한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하는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관이 개정되었다는 사정이 반드시 약관의 의미가 변화하였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세대 실손(2009. 10. 개정 표준약관)에서는 ‘감면받은 의료비 제외’ 규정이 있습니다
실손보험은 2009. 10. 표준약관이 마련되면서 모든 보험회사가 동일한 약관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른바 ‘표준화 실손’ 또는 ‘2세대 실손’이라고 합니다.
표준화 실손(또는 2세대 실손)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병원의 직원복리후생제도에 의하여 납부할 의료비를 감면받은 경우에는 그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입원의료비를 계산합니다”와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
때문에 피보험자가 복리후생제도로서 의료비를 할인받은 경우에는 할인되기 이전의 의료비를 기준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참고] 2016. 1. 개정 실손보험에서는 ‘할인된 진료비가 근로소득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참고로, 위 약관규정은 2016. 1. 개정 표준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직원복리후생제도에 의해 의료비를 감면받고 그 감면받은 의료비가 근로소득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그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입원의료비를 계산합니다’라고 개정되었습니다. 따라서 2016. 1. 개정 표준약관이 적용되는 실손보험에서는 ‘직원복리후생제도에 의한 의료비 감면’이라는 조건에 더해서 ‘감면받은 의료비가 근로소득에 포함될 것’이라는 요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위 약관규정과 관련하여서 2009. 10. 표준약관에서는 반드시 해당 병원이 그 소속 직원에 대해서 진료비를 감면하는 복리후생제도에 한정하여 적용되지 않고, 병원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법인의 직원에 대해서 진료비를 감면하는 복리후생제도를 운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15. 선고 2014가단220444, 2015가단5230214 판결)
1세대 실손(2009. 10. 표준약관 도입 전, ‘구실손’)에서는 할인된 의료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규정이 없습니다
반면에 2009. 10. 표준약관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각 보험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실손보험약관이 이용됐습니다.2
2009. 10. 표준약관 도입 이전의 실손보험을 ‘구실손’ 또는 ‘1세대 실손’이라고 부릅니다.
구실손(또는 1세대 실손)에서는 의료비가 할인된 경우에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감면 후 피보험자가 실제 지급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할지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구실손에서는 의료비가 할인된 경우에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할지 쟁점이 됩니다.
[참고] ‘손해보험의 실손해 보장 원칙’과 ‘약관상 모호한 규정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손보험은 인보험이자 손해보험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런데 손해보험은 기본적으로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따라서 의료비를 할인 받았다면 할인 후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손해보험의 실손해 보장 원칙에 부합합니다.
반면에, 약관에 명시적이 규정이 없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약관해석의 원칙(이른바 ‘작성자 불이익 원칙’)도 있습니다. 구실손에서 할인된 의료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서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도 주장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피보험자가 어떤 직장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병원 관계자와 지인관계라는 이유 등으로 의료비를 할인받았다면 이는 피보험자가 가지는 고유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한 것이므로 할인금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손해보험의 실손해 보장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의료비 할인 여부는 보험료 계산에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도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