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청구시 과실상계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는 가해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였고, 그 위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이루어진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여져 있다.
그리고 위법행위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피해자의 책임이 있다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가해자는 과실상계(또는 책임제한)를 주장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손해를 100% 보상하라고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해자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과실상계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가해자가 위법행위를 고의로 발생시켰음에도 피해자의 과실(부주의)을 이유로 가해자의 책임을 경감시켜주면 (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정의 관념에 반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
대법원은, 가해자가 고의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하였다면 과실상계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나(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다30352 판결 참조)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2227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동불법행위에서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이고,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거나 과실상계를 할 때에도 공동불법행위자들 전체에 대해서 하여야 하고 가해자별로(불법행위자별로)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행위자들 중에서 일부가 고의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였다면 그렇지 않은 불법행위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불법행위자들 사이에서는 과실비율에 따라서 내부적인 분담비율을 정하고, 자기 분담비율을 넘어서 배상한 경우에는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다812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등 참조함
가해자가 이익을 남기게 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2006다16765 판결)
반대로 말하면, 가해자가 고의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서 불법행위를 하였어도, 그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가해자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2006다16765 판결은, 대우전자 분식회계 사건에서, 회계법인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인정하더라도 회게법인이 불법행위(분식회계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지 않으므로 과실상계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