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이나 아토피로 병원에서 피부 보습제를 처방받는 경우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되는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되고 있는지 쟁점을 살펴보고, 각 쟁점별로 법원은 어떻게 판결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쟁점] 법률상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보습제가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되는지
주요 쟁점은 화상이나 아토피 치료 목적으로 판매되는 보습제가 ‘치료재료’에 해당하여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되는지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의사가 환자에게 보습제를 판매(또는 처방)하는 행위가 의료행위인가 하는 것이고, 다음은 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재료(보습제)에 대해서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쟁점#1] 의사가 환자에게 보습제를 판매(또는 처방)하는 것도 의료행위(치료행위)인지
의사가 화상이나 아토피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 보습제를 판매(또는 처방, 이하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제공”이라고 한다)하는 행위가 의료행위 또는 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실손의료보험이 ‘의료비’를 보장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보습제를 제공하는 행위가 의료행위나 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비용을 의료비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쟁점#2] 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재료(보습제)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이 쟁점은 우리나라의 의료 관련 법체계가 ‘의료행위’에 관하여 정하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대상인 ‘요양급여’에 관하여 정하는 국민건강보험법으로 나누어져 있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의료행위’와 ‘요양급여’의 법적인 의미와 구분 참조)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보습제(화장품)를 제공(처방, 판매)하는 행위를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로 정하고 있지 않지만, 실손의료보험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과 별개로 의료비용에 해당하는 보습제 비용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트#1] 실손의료보험 약관이 국민건강보험법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문제
사실 실손의보험이 국민건강보험법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지 않은 의료비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할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의료행위’와 ‘요양급여’의 법적인 의미와 구분에서 살펴보았듯이 국민건강보험법은 기본적으로 포괄주의적 규제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비급여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요양급여에 포섭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런데 약제나 치료재료의 지급에 대해서는 열거주의적 규제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지 않는 약제나 치료재료에 대해서 비용을 받는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약제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범위를 초과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비용을 실손의료보험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된 것이다.
만약 실손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법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므로, 보험약관(표준약관)에서 약제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범위에 한정하여 보상한다는 규정을 두었다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트#2] 국민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관하여 정한 실손의료보험 약관조항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실손의료보험 약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또는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의료비의 40%를 가입금액 한도로 보상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1 이런 저런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의 적용 없이 환자가 의료비를 100% 부담하거나, 다른 공적보험 또는 사보험에서 의료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된 내용으로 보인다.
위 규정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지 않는 약제 및 치료재료의 비용이 의료비로 지출된 경우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즉, 여기서 문제되는 보습제 구입비용도 위 규정에 따라서 40% 한도로 보장하는 것이 보험약관에 부합한다.
다만, 이러한 해석도 3세대 표준약관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4세대 표준약관부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및 제54조에서 정한 사유로 국민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만 의료비의 40%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위 약관 조항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2 즉, 위에서 보았듯이 보습제 비용에 국민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보습제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의료급여나 비급여로 정한 치료재료가 아니기 때문이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및 제54조에서 정한 사유로 인한 것은 아니므로 4세대 실손의료보험에서는 보습제 비용을 전혀 보장하지 않게 된다.
종합하면, 보습제가 의학적인 가치가 있는 치료재료로서 인정된다고 본다면, 3세대 실손보험까지는 그 비용의 40%를 보장하고, 4세대 실손보험부터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트#3]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포섭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인정할 것인지도 문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길어질 내용이므로 별도의 글에서 다루어 보겠다.
[판결]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고 있어: 정리
관련 판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보험계약 및 사안 |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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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 2010. 6. 4.자 실손의료보험3 • 화상(심재성 2도 및 3도) | 보험금 지급 O4 의사가 화상 입원환자에 대한 화상 치료를 하면서 치료재료(보습제)를 처방하여 청구된 비용은 입원의료비에 해당. |
• 현대해상 2010. 4. 16.자 실손의료보험5 • 화상(심재성 2도 및 3도) | [1심] 보험금 지급 O6 화상 입원치료 중 의사의 지시로 처방, 사용된 보습제는 치료제에 해당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습제를 급여, 비급여 목록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행정가들의 답변이고 보습제가 치료 목적용이 아니라는 근거로 삼을 수 없음. [2심] 보험금 지급 X7 보습제는 약사법상 의약품이 아니라 일반 화장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고, 의료진이 아닌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병원에서 구입한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은 의사의 처치를 위한 치료재료로 볼 수 없. [3심] 보험금 지급 X8 보습제 구입비용은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입원제비용, 외래제비용, 처방조제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심판단을 유지. |
• 현대해상 2009. 6. 30.자 실손의료보험9 • 화상(심재성 2도 및 3도) | [1심] 보험금 지급 O10 주치의 처방으로 보습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한 것은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상적인 외모를 갖춘 상태에서 더 나은 미모를 얻기 위한 미용 목적이이 아니므로 보상하지 않는 손해(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음. [2심] 보험금 지급 O11 비록 보험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보습제, 기능성 화장품 등 치료보조제 구입비용’이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입은 화상의 정도와 범위, 후유증을 고려하면 피보험자에게 처방된 보습제는 상처 부위 통증과 소양감, 관절 운동 장애, 흉터 구축 등을 방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목적과 필요가 크기 때문에 ‘치료보조제’가 아닌 ‘재활치료료’나 ‘재료대’에 포함되어 보장 대상임. |
• 현대해상 2008. 12. 30.자 실손의료보험12 • 아토피성 피부염 | [1심] 보험금 지급 X13 [2심] 보험금 지급 O14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보습제 사용이 필요하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보습제를 구입한 것은 의사가 주체가 되는 통원치료행위로부터 발생한 비용임. |
[노트]
보험회사들은 현재 의사의 직접 처치를 요건으로 보습제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15, 이는 대법원(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8다251622 판결) 입장을 고려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보습제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적용에 관한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험약관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 보험회사에 불리한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어서 소송전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보험회사들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참조
- 4세대 표준약관(2021. 7. 1.자) 참조
- 2010. 3. 9.자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참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2. 10. 선고 2015가단217953 판결(확정)
- 2010. 3. 9.자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참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5가단5070405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8. 선고 2017나13907 판결
-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8다251622 판결(확정)
- 표준화 실손의료보험 시행 전이다. 실손의료보험(현대해상 2009. 4. 1.자) 약관 참조
- (1심)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9. 30. 선고 2018가합10536, 2020가합11808 판결
- 대구고등법원 2022. 6. 14. 선고 2021나26445, 2021나26452 판결(확정)
- 표준화 실손의료보험 시행 전이다. 실손의료보험(현대해상 2008. 10. 1.자) 약관 참조
-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21. 선고 2022가소1362081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2나80642 판결(확정)
- 한국경제, 2022. 1. 18.자, [단독] “아토피 환자 ‘MD크림’ 실손보험금 다시 받는다”; Biz watch, 2022. 1. 20.자, [인사이드 스토리]병원 보습크림, 실비지급 박해진 이유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