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급성 간부전 증상으로 26주차 조산 후 사망한 산모, 상해/질병 보험금 분쟁 사례 (임신 출산 면책약관, 임신중독증, 헬프증후군 관련 판결)

간부전으로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은 임산부, 간부전 악화로 간성혼수 발생, 패혈증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과 질병사망보험을 동시에 청구된 사례 소개

이 글에서 다루는 쟁점들

  •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한 사고는 면책한다는 보험약관의 해석
  • 간부전으로 인한 패혈증 및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고(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 인보험에서 상해사고와 질병사고가 동시에 인정될 수 있는지

[사안]

피보험자는 26주차 산모였다.

피보험자는 이른바 임신증후군으로 인하여, 간 기능 부전 증상을 보였다. 응급분만을 하지 않으면 산모태아가 모두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응급제왕절개술이 이루어졌고, 피보험자는 출산했다.

하지만 약 2주만피보험자사망했다.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은 이후 간부전악화간성혼수가 발생했고, 패혈증으로 인한 범발성파종성 혈관내 응고장애,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발생해 사망했다.

피보험자의 주된 사인헬프증후군1으로 추정되었다.

[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2과 수원고등법원3에서 진행된 사건이다. 수원고등법원의 2심 판결확정되어 재판은 종료되었다.

쟁점이된 보험은 상해사망담보질병사망담보였다.

담보보상하는 손해면책사유
상해사망피보험자가 상해사고(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를 포함), 산후기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러나 보험회사가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
질병사망피보험자가 질병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위와 동일함)

#1심 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1. 4. 7. 선고 2020가합11673(본소), 2020가합11680(반소) 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제1민사부4상해사망담보질병사망담보 모두에 대해서 피보험자 측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 상해사망담보에 대한 판단(X)

피보험자 측응급제왕절개술 → 병원균 감염 → 패혈증 → 다발성 장기부전 → 사망에 이른 것이 상해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① 피보험자가 응급제왕절개술을 받는 과정전후하여서 병원균에 감염되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② 피보험자와 같은 급성 간 부전 환자의 경우 90% 이상에서 감염발견된다는 취지의 논문도 있어서,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패혈증의 원인이 된 병원균이 이미 피보험자의 신체 내부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상해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부분 청구는 기각됐다.

#1심 – 질병사망담보에 대한 판단(X)

피보험자 측은 사인이 헬프증후군으로 인한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기 때문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1심 – 질병사망담보 – 보상하는 손해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헬프증후군으로 인한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 등질병으로 인하여 사망사실인정하였다. 보험회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1심 – 질병사망담보 – 면책사유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질병(헬프증후군으로 인한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 등)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면책사유에 해당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한 보험사고는 보장하지 않지만 보험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면책약관취지피보험자가 임신, 출산, 산후기를 겪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에 비해 질병이나 상해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여,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병, 상해 등 보험사고의 위험을 처음부터 보험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되, 보험회사가 원래 보상하는 질병이나 상해 등으로 인하여 임신, 출산, 산후기 과정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험의 보호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5 특히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응급제왕절개술을 하는 경우’와 같이 상해로 인하여 임신, 출산, 산후기 과정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예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피보험자의 경우 임신성 질환인 헬프증후군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 질병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 상태에서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사망한 경우로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부분 청구도 기각되었다.6

#2심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3. 11. 2. 선고 2021나14669(본소), 2021나146769(반소) 판결(확정)

수원고등법원 제5-1민사부7는 1심 재판부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상해사망담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지만, 질병사망담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2심 – 상해사망담보에 대한 판단(X)
#2심 – 상해사망담보 – 보상하는 손해

피보험자 측은 피보험자가 출산 직전에는 급성 간손상의 상태에 있었는데, 응급제왕절개술을 하며 투여된 항생제부작용으로 인해 독성표피파괴사용해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서 급성 간부전으로 발전되어 패혈증다발성 장기부전 등에 이르러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사망하게된 원인급성 간 부전약물부작용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패혈성 쇼크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이므로 보험급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2심 – 상해사망담보 – 면책사유

그런데 피보험자의 사망응급제왕절개술을 실시하기 위하여 투여된 항생제 부작용그 합병증으로 인한 것이고, 이는 결국 피보험자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하여 증가된 상해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다.

따라서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서 면책이다.

#2심 – 질병사망담보에 대한 판단(O)

2심에서도 질병사망담보와 관련하여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됐다.

#2심 – 질병사망담보 – 면책사유

재판부는 위 면책약관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해석, 판단했다.

피보험자가 임신, 출산, 산후기를 겪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노출된 위험에 비하여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므로 그러한 위험을 처음부터 보험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되(면책조항 본문), 본래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질병이 임신, 출산, 산후기의 과정에서 발생하더라도 그 질병이 임신, 출산, 산후기로 증가한 위험으로 인하여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아니하는 별개의 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보호를 부여한다(면책조항 단서).

그런데 피보험자가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은 것은 출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간기능 악화치료하기 위한 처치이기도 하고, 독성표피파괴사용해급성 간 부전이 모두 피보험자의 사망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결국 항생제 부작용으로 발생한 급성 간 부전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

따라서 질병사망담보에 대해서는 면책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노트]

이번 판결은 임신, 출산, 산후기 면책약관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제시되었고, 질병사고와 상해사고가 동시에 문제되었으며, 급성 간 부전으로 인한 사고를 구체적으로 다룬 사례이다. 인보험에서 발생하는 여러 쟁점이 혼재돼 있는데, 모두 하나같이 첨예한 쟁점들이다.

#1 임신, 출산, 산후기 면책약관 관련

특히 임신, 출산, 산후기 면책약관의 단서 부분과 관련해서 1심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하여서 임신, 출산, 산후기 과정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했고, 2심은 질병이나 상해로 발생한 보험사고에 있어서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면 보장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다른 해석 같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유사해 보인다.

다만 1심에서는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 발생한 헬프증후군이 사망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면책약관이 적용된다고 보았고, 2심에서는 헬프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간 기능 악화라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응급제왕절개술을 하면서 항생제 부작용 등으로 독성표파괴사용해급성 간 부전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임신, 출산, 산후기로 인하여서 질병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논리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1심은 임신, 출산, 산후기로 발생한 헬프증후군을 사망의 원인으로 인정했고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 질병사고와 상해사고 동시 인정 관련

인보험에서 질병사고상해사고는 서로 배척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상해사고요건 중 하나가 외래성이기 때문에 신체 내부원인이 있는 질병구분된다는게 주요 근거다.

그런데 위 2심 판결에서는 하나의 사실관계에 대해 질병사고상해사고동시인정된다고 보았다.

보험회사가 질병사고 발생사실에 대해서 다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심이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을 급성 간 부전(질병)약물 부작용(외래의 사유)복합적으로 인정된다고 본 것이 주요 이유로 보인다.

#3 급성 간부전으로 인한 사고

급성 간부전 환자는 응급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률50~80%에 이르는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의학적으로 응급상황이다) 급성 간부전은 간손상 외에도 거의 모든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뇌부종, 패혈증, 신부전, 심 폐부전다장기부전(multi-organ failure) 형태의 합병증으로 나타나서 급성 간부전의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 된다.8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B형간염바이러스가 꼽히지만, 약물 부작용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9 그래서 급성 간부전의 원인이 외부(약물)에 있으므로 상해사고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염 원인이 입증되지 않으면 상해사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항생제 부작용에 의한 독성표피파괴사용해가 원인으로 제시되면서 상해사고로 인정됐다.


  1. 헬프(HELLP)증후군은 여러 기관에 이상이 생기는 특징적 증상 집단으로 적혈구 파괴(용혈 : Hemolysis), 간 효소치 증가(Elevated Liver enzyme), 혈소판 감소(Low Platelets)가 생기기 때문에 영어의 첫 글자들을 따서 헬프(HELLP)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위험하니 도와 달라는 뜻입니다. 심한 임신중독증이 있을 때 약 2%에서 생기는데,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나빠서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합니다.(차병원 건강정보에서 발췌함)
  2.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1. 4. 7. 선고 2020가합11673(본소), 2020가합11680(반소) 판결
  3. 수원고등법원 2023. 11. 2. 선고 2021나14669(본소), 2021나146769(반소) 판결(확정)
  4. 판사 박준석(재판장), 이강호, 김승현
  5. 반면에 피보험자 측은 이 면책약관의 취지가 ‘임신, 출산, 산후기에 따라 통상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문제가 되는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임신, 출산, 산후기에 의해 발생한 질병이라도 통상적이지 않은 이례적인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6. 이 면책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도 쟁점이 되었지만, 상품설명서에 서명된 사실이 있고, 설명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으며, 이 면책약관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됐다.
  7. 판사 성충용(재판장) 민정석 조효정
  8. 임영석, 급성 간 부전: 원인, 예후, 치료, The Korean Journal of Hepatology 2010;16:5-18
  9. 임영석, 위 논문

“[보험] 급성 간부전 증상으로 26주차 조산 후 사망한 산모, 상해/질병 보험금 분쟁 사례 (임신 출산 면책약관, 임신중독증, 헬프증후군 관련 판결)”의 2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판결 내용 요약 및 마지막에 노트부분까지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이해가 완벽하게 되고 있습니다. 법 관련 업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변호사님 내용을 보고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이번 간부전관련 판결해서 2심에서 상해,질병을 동시에 인정하였는데 만약 면책조항(임신,출산관련)이 없다고 했으면 법원에서 상해사망,질병사망보험금을 둘다 주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기여도를 따져서 각각 얼마씩 지급하라고 했을까요? (물론 보험사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겠지만..) 갑자기 내용을 보다가 궁금해져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1. 정동권님 안녕하세요. 임변노트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심 재판부의 논리에 따르면, 임신, 출산, 산후기 관련 면책약관이 없었을 경우에는 상해사고와 질병사고가 모두 인정됩니다. 하지만 상해사고와 질병사고가 모두 인정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데,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위 사건 판결을 보면 원고(피보험자 측)는 ‘주위적 청구’로 상해사망보험금을, ‘예비적 청구’로 질병사망보험금을 각각 청구하였습니다. 따라서 만약 면책약관이 없었다면 재판부는 주위적 청구로서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하면서 예비적 청구인 질병사고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원고가 질병사망보험금을 예비적으로 청구하지 않고 상해사망보험금과 질병사망보험금을 모두 청구하고 주위적 청구로서 소송을 제기하였다면 재판부가 상해사망보험금과 질병사망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하였을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가 있는데, 판결이 항상 형식논리에 따라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약 면책약관이 없고 원고가 상해사망보험금과 질병사망보험금을 모두 주위적으로 청구하였을 경우라면, 재판부가 상해사망보험금과 질병사망보험금을 모두 인정하면 지급되는 보험금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상해나 질병 중 하나만 인정하는 방법으로 ‘적당한 수준’의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질병사망보험금은 ‘All or Nothing’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여도를 따져서 지급한다는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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