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시속 26km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보험자,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보험회사

  • 시속 26km 속도로 전신주 들이받고 사망한 피보험자
  • 경미한 교통사고로 피보험자 사망 가능성 없다는 케이비손해보험
  • 케이비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기존에 알코올성 간경변 등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
경미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보험자,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보험사

사안 – 피보험자 도로 가장자리 정차하였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출발 직후 도로변 전신주 들이받고 사망

케이비손해보험의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하고 있던 피보험자는, 2019년 11월 13일 18시경에 양주시의 편도 3차로 도로를 주행하다가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출발하였는데, 곧바로 우측 도로변에 있던 전신주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후 약 20분만에 119구급대가 도착했고 피보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피보험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조사에서, 피보험자의 자동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았을 때 속도는 약 26km 정도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보험자에 대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응급실 전문의는 사체검안서에 ‘사망의 원인 : 직접 사인 미상, 사망의 종류 :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하였습니다.

[사체검안서]
사망의 원인 : 직접 사인 미상
사망의 종류 : 기타 및 불상

케이비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알코올성 간경변 등 지병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음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판결 – 급사 의심할 증상 없고, 저속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라도 치명적인 부상 입을 수 있어1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1단독 재판부2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고 추단되고, 기존 지병(알코올성 간경변 등)이 사망에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이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은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보험자의 자동차가 감속 없이 시속 약 26km의 속도로 전신주를 들이받아 전신주가 쓰러지고 자동차 앞 유리창에 금이 가는 손상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충격으로 피보험자의 중요 신체 부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을 수도 있다.
  •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고 에어백이 터졌는데,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백이 터지면 운전자가 에어백에 의해서 경추 손상, 심장타박상, 심방파열, 대동맥 판막 손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례도 보고된다.
  • 피보험자가 사고 직후 신음소리로 들리는 소리를 낸 것으로 볼 때, 교통사고 이전에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피보험자가 2016년 10월 경부터 2019년 6월 경까지 복수를 동반한 알코올성 간경변 등으로 치료를 받아오다가, 2019년 11월 7일 서혜부 탈장 진단으로 교통사고 직전인 2019년 11월 11일과 12일에 수술을 위한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결과 급사를 유발할 수 있는 의심되는 증상이나 검사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 피보험자는 응급실에서 외관상 코의 피하출혈만 관찰됐는데, 응급실 심폐소생술 당시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

노트 –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망했다면,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판단하게 됩니다.

상해보험에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지만(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그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564 판결).

또한 상해사망보험에서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만일 사망의 원인이 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라면 사망한 피보험자에게 질병 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외래의 사고와 기왕증(기존 질병, 기왕의 상해 등)이 공동 원인이 되어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상해사망사고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3다2939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록 ① 피보험자가 사고 직전 자동차를 정차하였다가 다시 출발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 스스로도 신체에 어떤 이상이나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어 보이는 점, ② 시속 26km의 낮은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하여서 사고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점, ③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 지병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피보험자가 교통사고가 아닌 내적 요인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특히 대법원 판례가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는 입장인 점(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12258 판결)까지 고려하면, 케이비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여서 소송까지 이루어진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라는 명백히 외부적인 위험이 초래된 무렵에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존재하고, 케이비손해보험이 피보험자의 사망에 기여한 결정적인 내적 요인을 제시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에, 법원은 피보험자의 지병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나 교통사고가 다소 경미해 보이고 사고발생 경위가 미심쩍다는 사정들만으로는 상해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재판장 김영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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