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고혈압, 치매 환자 → 요양병원에서 음식물 섭취 중 사망
#1 알츠하이머 치매, 편마비 진단
피보험자는 주거지 계단에서 넘어진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 이후로 반복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약 10개월의 병원 생활 후, 피보험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로 진단받았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로 진단받고 5개월 후에는 상세불명의 편마비(주상병)로 진단받았고, 진단서에는 부상병으로 삼킴곤란,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2형 당뇨병, 상세불명의 혈관성 치매가 기재됐다.
#2 두유, 누룽지, 당뇨밥을 먹다가 사망
알츠하이병에 의한 치매와 상세불명의 편마비로 진단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피보험자는 아침에 누룽지밥, 당뇨밥을 섭취하던 중 갑자기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의식을 잃어갔다. 의료진은 곧바로 피보험자의 혈압(90/60mmHg), 맥박(57회/분), 호흡수(10회/분), 체온(35℃), 산소포화도(50~60%)를 체크했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힌 것으로 예상됐고, 곧바로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이 시행됐다.
이후 심폐소생술(CPR)과 구강 석션(Oral Suction)이 시행됐고, 구강 석션시에 음식물(밥알)이 조금 나왔다.
119구급대가 피보험자를 요양병원에서 병원 응급실으로 이송했지만, 피보험자는 같은날 오후에 사망했다.
기록된 시간별 사고 경과는 다음과 같다.
- 07시 20분 – 피보험자는 요양병원에서 두유 1/2을 섭취
- 07시 45분 – 누룽지와 당뇨밥을 약 30% 정도 섭취
- 07시 46분 – 갑자기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의식 저하
- 07시 47분 – 전신청색증 관찰, 혈압(90/60mmHg), 맥박(57회/분), 호흡수(10회/분), 체온(35℃), 산소포화도(50~60%) 체크, 하임리히법 시행
- 07시 50분 – 심폐소생술, 구강석션 시행
- 08시 09분 – 119구급대 요양병원 도착
- 08시 28분 – 피보험자 인근 병원 응급실 도착
- 15시 18분 – 병원에서 치료받던 피보험자 사망
#3 사망진단서 및 부검
피보험자의 사망단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은 “질식(추정)”으로,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기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경부 장기 및 기도 내에서 특기할 만한 소견이 보이지 않고, 심장에서 석회화를 동반한 고도의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소견이 보이며, 좌심실벽에서 섬유화와 불규칙한 변연을 가지는 병변이 보이고, 뇌에서 뇌경색에 합당한 소견과 뇌저부 동맥에서 고도의 죽상경화증이 동반된 소견이 보이므로, 피보험자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료된다“는 취지였다.
#4 재판 중에 이루어진 감정 결과
재판 중 두 의료기관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요지
[결론] 피보험자의 사인은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 모두 가능성이 있다.
- 피보험자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질식 이후에 산소 공급이 안 되면서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여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 발생하면 곧바로 음식물이 흡인되어 질식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 질식이 발생한 경우에는 급격하게 산소포화도가 저하되나,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해 의식이 저하되고 음식물이 흡인되어 질식이 진행되어도 산소포화도는 저하된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요지
[결론] 피보험자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고,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질식이 발생했거나 질식이 심정지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 피보험자는 의식저하가 발생한 후 혈압 90/60mmHg, 맥박 57회/분, 호흡 10회/분 및 산소포화도가 50~60%로 측정되었는데, 이와 같은 호흡과 맥박, 산소포화도의 저하는 질식의 특이적 증상이 아닌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상이고, 오히려 망인이 평소 고혈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의 펌프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혈압과 더불어 호흡, 맥박, 산소포화도가 전반적으로 같이 저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음식물 섭취로 인하여 심정지를 유발할 정도의 질식이 나타나려면 기침이 심하게 발생한 다음 심정지가 발생할 것이나, 망인은 이러한 기침을 했다는 부분이 확인되지 않는다.
- 음식으로 완전히 기도가 막힌다고 하더라도 폐와 혈액에 산소가 남아 있으므로, 망인과 같이 음식물 섭취 후 1분 만에 급격한 의식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 큰 덩어리의 이물질로 기도가 막히는 경우에는 기침 없이 질식이 나타날 수도 있겠으나 망인의 경우 기도에서 발견된 음식물은 소량의 밥알에 불과하다.
- 이러한 소량의 밥알도 망인이 의식을 잃었을 때 의료진이 하임리히법이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역류되어 폐로 유입되었을 수 있다.
- 심근경색이 심하게 발생한 일부 환자에서는 망인과 같이 전조증상 없이 심근경색의 발생과 동시에 심정지가 발생한다.
- 질식으로 갑자기 사망에 이르려면 기도의 완전폐쇄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기도폐색의 경우 기도가 완전히 폐쇄되어 공기가 기도를 통해 폐로 순환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을 할 수 없게 되나, 망인은 사망 직전 호흡수가 분당 10회로 확인되고, 이는 기도의 완전폐쇄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기록이다.
- 피보험자는 좌심실을 담당하는 두 가닥의 주요 동맥인 좌전하행지, 좌회선 동맥의 대부분이 막혀있는 상태(90% 이상)여서, 심근경색이나 심정지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큰 환자였고, 부검결과에도 질식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
[판결]
이번 사안은 대법원 제2부1에서 파기환송2되어서 최종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하여 확정되었다.
#1 원심(서울고등법원 2022. 11. 9. 선고 2022나2015081 판결)
원심(서울고등법원)은 피보험자가 내부적 요인인 급성 심근경색증과 외부적 요인인 질식이 공동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기 때문에 상해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론이다.
#2 대법원(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3216 판결)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1)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로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과 (2) 이러한 상해가 피보험자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금청구자인 원고에게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여서, 피보험자에게 (1) 질식이 발생하였고 (2) 이로써 사망하였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함으로써 보험금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3 그러면서 원심(서울고등법원)이 외부적 요인인 질식을 사망의 원인으로서 인정한 근거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감정 결과인데 그 감정 결과에 배치되는 다른 의견(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의 감정 의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이 반증으로 제시되었음에도 그 감정 결과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해서 감정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했다.4
#3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23. 11. 10. 선고 2023나2016470 판결)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에서는 원심과 달리 피보험자가 질식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트]
보험금 소송은 기본적으로 피보험자(고객 측)보다 보험회사에게 어려운 싸움이다. 체급 차이가 나는 둘의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험회사는 강자로, 피보험자는 약자로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보험자에게 마음이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보험금청구권자로서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피보험자가 제시한 증거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합리적인 반증을 제시하였다면, 적어도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친 후에 보험금청구를 인용해야 하고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피보험자가 입증책임을 다하였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입증책임의 법리에 따라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은 것처럼 보인다.
-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천대엽(주심) 조재연 이동원
- 대법원이 원심(2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 있도록 사건을 돌려보내는 주문으로 판결한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판결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에 따라 상해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상해가 망인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음을 감안하여, 망인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이로써 사망하였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함으로써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3216 판결) - 대법원 판결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특히 원심이 근거로 삼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배치되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회신과 부검의견이 반증으로 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미비점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심이 그 견해를 채택하려면,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하여 망인이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감정서에 질식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질식 발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등에 관한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하여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321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