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의료보험 관계 (하급심 판결)

[2024. 1. 25.] 대법원이 구실손(2008. 11. 27. 체결된 것)에서 본인부담상한액이 보장 대상인지에 대한 판결을 내려서 관련 글을 추가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관련 글 – 바로 보]
[2023. 2. 14.] 최초 작성된 글입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본인부담상한제의 의미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중 급여수급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연단위로 상한을 두는 제도를 말합니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는 건강보험의 적용 여부에 따라서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치료라고 하더라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이른바 ‘본인부담금’이라 합니다. 그런데 본인부담금은 1년 단위로 정해진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상한액을 넘어선 본인부담금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모두 지급하는 것입니다.

본인부담금의 상한액은 소득분위에 따라서 다른데, 2023년을 기준으로 소득분위가 가장 높은 사람의 상한액은 1,014만원입니다.(국민건강보험 공지사항 참조)

본인부담상한제에 의한 ‘사후환급금’의 법적 성격

본인부담상한제 – 사전급여와 사후환급

본인부담상한제 상한액을 초과한 비용은 ‘사전급여’ 또는 ‘사후환급’ 방식으로 지급됩니다.

‘사전급여’는 동일한 요양기관에서 연간 입원 본인부담액이 최고상한액(‘23년 기준 1,014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되는 금액은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받지 않고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입니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참조)

반면에 ‘사후환급’은 급여수급자가 요양기관에 지불한 본인부담금 중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사후에 환급해주는 방식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2020년 사전급여로 지급한 금액은 약 1,276억원(30,275명)인데 사후환급으로 지급한 금액은 2조 1,195억원(1,658,398명)입니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참조) 사전급여보다 사후환급이 훨씬 더 많은 것입니다.

본인부담상한제 – 사후환급금의 법적 성격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사후환급금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여야 하는 요양급여비용을 급여수급자가 부담한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의료비의 상환으로서 지급하는 현금급여 형태의 공단부담금’의 성격을 가집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28. 선고 2020나68006 판결 참조) 이를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급여수급자가 진찰, 검사, 치료, 입원 등을 받게 하는 ‘현물급여’ 방식과 구별되는 특수한 형태의 보험급여라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7. 1. 10. 선고 2016나61108 판결 참조)

결국 본인부담상한제에서 사후환급금은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손의료비보험

실손의료비보험

실손의료비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급여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보장합니다.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주로 ‘비급여’에 관한 부분입니다.(건강보험공단이 비급여에 대해서는 비용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실손의료비보험 지급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실손의료비보험과 건강보험의 ‘급여의 본인부담상한제’입니다.

실손의료비보험 – 2009. 10. 표준약관 도입과 본인부담상한제 면책약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을 기준으로 크게 변화했는데, 이때 실손보험에 ‘표준약관’이 도입되었습니다. 2009년 10월 이후에 판매된 실손보험은 보험회사를 불문하고 동일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해서도 실손보험 표준약관은 의미가 있는데,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는 이전에 없던 ‘본인부담상한제 면책약관’이 도입되었습니다.

2009. 10. 1. 실손보험 표준약관
제4조(보상하지 않는 사항) 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③ 회사는 아래의 입원의료비(통원의료비)에 대하여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2.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에 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

실손의료비보험의 법적 성격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은 경우 그로 인한 손해(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합니다. 피보험자의 질병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한다는 점에서는 ‘인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보상한다는 점에서는 ‘손해보험’의 성격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28. 선고 2020나68006 판결 참조)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의료비보험의 관계

이중이득 문제

실손의료비보험은 피보험자가 부담한 급여의 자기부담금을 보상하는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후환급도 받으면 이중으로 비용을 보상받는 부분이 생깁니다.

실손의료비보험 표준약관이 도입된 2009. 10. 이전에는 실손보험약관에 건강보험 본인부상한제와 관련하여서 아무런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9. 10. 실손의료비보험 표준약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에 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정하였고, 실손의료비보험이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계약자 차별 문제

실손의료비보험의 보험료는 피보험자의 소득분위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은 소득분위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이는 소득분위에 따라서 실손보험의 보장범위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도 높아지므로,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부분이 커지는 것입니다.

소득분위가 낮은 사람은 소득분위가 높은 사람과 같은 보험료를 내고도 실손보험에서 보장받는 범위는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계약자간 차별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판례의 경향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의료비보험의 관계와 관련하여서 2022년에 다수의 판례가 나왔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이 주도적으로 판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소송을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2심 판례의 입장 “실손의료비보험(표준화 이전 포함)은 본인부담상한액 한도 이내에서만 보장”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9. 10. 이후 보험계약(2015. 6. 보험계약)에 대해서 피보험자가 본인부담상한제에 의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28. 선고 2020나68006판결)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9. 10. 표준화 이전의 실손의료비보험에 대해서도 본인부담상한제에 의한 사후환급금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본인부담금이 아니라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즉, 2009. 10. 표준화 이전 보험계약에 대해서도 본인부담상한액을 넘어서는 부분은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판례의 입장 “계약자 평등에 반하지 않아”

법원은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하여 소득분위에 따른 실손보험금 액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사회보장 확대에 따른 반사적 효과일 뿐이고 이를 이유로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면책약관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어

[2024. 1. 15.] 최근 대법원 판례는 [보험] 본인부담상한액 실손의료보험 대법원 판결(2023다283913)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인부담상한제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소액사건입니다.1 소액사건은 대법원에서 잘 심리되지 않기 때문에(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참조),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28. 선고 2020나68006판결의 상급심(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15814 판결)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1. 피보험자가 사후환급금을 받고서도 보험회사에 실손보험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보험회사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명의 피보험자가 사후환급금으로 3,000만원을 넘게 받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소액사건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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