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들에서 집합상가의 의미, 집합상가에서 인정될 수 있는 독점영업권과 영업금지의무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집합상가에서 업종제한을 변경하는 경우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업종제한 변경의 의미: 독점영업권의 지정업종 변경, 사후적 독점영업권 발생, 소멸
업종제한 변경은 집합상가 점포에 독점영업권이 인정되는 경우 독점영업권 전부 또는 일부의 지정업종을 변경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독점영업권의 변동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양 이후에 독점영업권을 발생 또는 소멸시키는 행위도 업종제한 변경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점영업권의 지정업종 변경: 분양계약 변경, 관리규약 창설, 변경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집합상가 독점영업권은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의 분양계약과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에 대한 묵시적 수인을 통해 인정되고, 집합건물법에 따라서 설정된 관리규약에 의해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점영업권의 지정업종 변경도 분양계약 또는 관리규약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양계약 변경으로 지정업종을 변경하는 경우
분양계약에 의해서 독점영업권이 인정되는 경우 지정업종 변경은 분양계약 변경 및 다른 입점자들 동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분양계약 변경은 분양계약의 당사자인 분양자와 수분양자(또는 승계인)가 합의하여서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입점자들 동의는 변경시점의 입점자 전원의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하고 일부의 동의나 묵시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1
최초 분양시에는 수분양자들이 집합상가에 독점영업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가 있으므로 업종제한의무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후에 분양계약을 변경할 때에는 다른 입점자들은 변경된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리규약 창설, 변경으로 지정업종을 변경하는 경우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규약으로 독점영업권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규약 변경으로 지정업종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분양계약으로 인정된 독점영업권을 관리규약에서 변경는 것이 가능한지입니다.
대법원은 분양계약 당시 지정된 제한업종을 변경하는 데에 대한 승인권한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에 있다고 보았고, 관리단이나 기존의 경쟁업종을 영업할 수 있는 점포소유자의 동의 없이 지정업종을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45496 판결)
대법원 판례가 명확한 요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의 동의’는 물론이고 ‘변경하려는 업종에 대한 독점영업권을 가지고 있던 점포소유자의 동의’까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도 ‘이 경우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가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지정업종 변경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존 독점영업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45496 판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번영회는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이라 할 수 없고, 달리 피고 1이 분양받은 214호 점포에서 부동산중개 영업이나 미장원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에 해당하는 단체의 동의나 기존의 경쟁업종을 영업할 수 있는 점포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은 피고들의 주장 자체로 명백하거나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 1이 당초 분양계약상 정해진 제한업종에 대하여 적법한 변경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
사후적 독점영업권 발생, 소멸: 관리규약을 통해야…구분소유자 전원 동의가 필요한지 문제
최초 분양계약에서 독점영업권이 없었던 집합상가에 독점영업권을 설정하려는 경우에는 관리규약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관리규약의 설정은 집합상가의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 없이도 관리규약에서 독점영업권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한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던 독점영업권을 사후에 발생시키는 것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전원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제1설)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집합상가 구분점포의 독점영업권은 경제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인데, 일부의 동의만으로 집합상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점영업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되는 반론은 집합건물법상 절차를 준수하여서 관리규약을 설정•변경하고, 관리단집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관리단집회에서 반대한 구분소유자에 대해서는 제한업종을 지정하지 않으면 권리 침해가 최소화 되므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제2설)입니다.
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 독점영업권을 인정하면 나머지 구분소유자의 영업의 자유도 제한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독점영업권은 결국 모든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 단서에 따라서 새로운 독점영업권 발생에는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봄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규약의 설정ㆍ변경ㆍ폐지) ①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서 한다. 이 경우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가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② 제28조제2항에 규정한 사항에 관한 구분소유자 전원의 규약의 설정ㆍ변경 또는 폐지는 그 일부공용부분을 공용하는 구분소유자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자 또는 의결권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가 반대할 때에는 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10. 3. 31.]
- 이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 판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15개 구분점포로 구성된 집합상가에서 13개 점포를 소유한 자가 단독으로 관리규약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제한업종을 변경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본 사례(관련 글 보기)가 있습니다. 관리규약 설정 효력이 문제된 사례이나 이 경우에도 법원은 13개 점포가 새로이 설정한 독점영업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