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건
서울고등법원 2020나2034750 보험금
원고, 피항소인
1. A
2. B
피고, 항소인
1. E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혜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율
담당변호사 김완영
2. F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성
담당변호사 김민정
변론종결
2022년 07월 21일
판결선고
2022년 08월 25일
주문
1.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들은 망 G(2017. 5. 24. 사망, 이하 ’망인‘이라고만 한다)의 부모로서 망인 의 법정상속인들이다.
2) 피고들은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망인과 사이에 별지 기재 각 보험계약(이하 ’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회사이다. 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 중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피고 E 주식회사 보험계약의 약관 제5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①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 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2) 피고 F 주식회사 보험계약의 약관 제5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
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가.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
친 경우
다. 망인은 H에서 대위로 근무하던 군인이었는데, 망인의 직장 상사인 I 대령(이하 ’I 대령‘이라고만 한다)은 2017. 2.부터 2017. 4.까지 사이에 망인을 수 차례 강제추행 및 준강간하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15 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망인은 2017. 5. 24. 자신의 집에서 헤어드라이어 전기줄로 목을 매어 사망한 상 태로 발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 15호증, 을다 제1호증, 을라 제1호증(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I 대령으로부터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한 후 그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보 험자가 면책되는 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사망보험 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상 보험자가 면책되는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니,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 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 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 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 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 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 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기초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2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J협회장에 대한 감정촉탁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 인은 강제추행 및 준강간의 피해를 당한 후 정신질환이 발병하였고 그 정신질환 등으 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 므로, 망인의 사망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상 보험자인 피고들이 면책되는 사고 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한편, 을다 제2, 4, 7호증의 각 기재, 당심 법원의 Q회장에 대한 심리부검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가해자 I 대령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 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자살이라는 행위를 전반적으로 지배할 정도에 이르는 주된 원인은 망인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① 망인은 2017. 2. 22.경 I 대령으로부터 강제추행 및 준강간을 당하였고, 그 직 후인 2017. 2. 24.경부터 2017. 5. 5.경까지 K정신건강의학과 및 L신경정신과한의원에 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및 조병을 병명으로 지속적으로 정신과 진료 및 한방치료 등 을 받았다. 위 병원들의 담당 의사가 기록한 망인과의 상담 내용을 보면 망인은 I 대령 으로부터 당한 강제추행 및 준강간으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② 망인은 위와 같이 정신과 진료를 받던 중인 2017. 3.경 및 2017. 4.경 재차 I 대령에게 강제추행 및 준강간을 당하였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I 대령과 매일 마 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로 인해 망인이 느끼던 수치심, 자괴감, 모멸감, 우울 감 등이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③ 망인은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 전날인 2017. 5. 23.경 망인의 집에서 I 대령과 만나 I 대령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항의를 하였고, I 대령이 망인의 집을 떠난 직후 목 을 매어 자살을 하였는바, 망인은 자신에게 성적 가해를 한 I 대령과 만나 당시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대화를 함으로써 급격한 심리적 불안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④ 제1심 법원의 J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르면, 망인은 자살 직전 극단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하여 심각한 우울증이 발병한 상태였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인지왜곡으로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으로, 피고 E 주식회사는 각 125,000,000원(= 전체 사망보험금 250,000,000원 × 1/2), 피고 F 주식회사는 각 42,500,000원(= 전체 사망보험금 85,000,000원 × 1/2)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 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들에게 송달된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7. 12.
4.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20. 9. 9.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 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제1심 판결선고일 다음날부터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 급을 구하나, 2019. 5. 21. 대통령령 제29768호로 개정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제3조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이란 연 100분의 12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 으므로, 위에서 인정한 부분을 초과하는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광만 김선아 천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