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보험자가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더라도,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전체를 해지할 수는 없다고 본 판결 단독 소개
- 피보험자 레미콘 운전 중 사고 냈는데…세차 중 사고로 허위 고지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험계약 해지는 인정했지만,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
쟁점 – 신뢰관계 위반 보험계약 해지 범위… “전부 vs 일부”
피보험자는 2007년 경 메리츠화재보험과 사이에 종합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상해, 질병, 실손의료비는 물론 일상생활배상책임 등 다양한 보장을 제공하고 월 보험료는 10만원이 넘었습니다.
2020년 경 피보험자는 레미콘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 후진하다가 창고에 부딪히는 사고로 약 8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레미콘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은 ‘직무수행(면책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결국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세차’ 중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조사 끝에 피보험자가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피보험자는 메리츠화재의 요구로 ‘보험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3개월 여가 지나서 메리츠화재는 “허위 청구 관련해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데 동의한다”는 동의서까지 요구했습니다. 끝내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데에 동의하고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도움을 받아 ‘보험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에서 다투어진 쟁점은 ‘해지가 유효한지’와 ‘해지의 범위’입니다.
판결 – 신뢰관계 파괴 됐어도 허위 청구 규모 등 고려해야…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만 해지 인정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2는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만 일부 해지를 인정했고 주계약과 나머지 특약들은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각 항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신뢰관계 위반 시 보험계약 해지 가능해, 다만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 아닌지 신중해야
보험계약은 보험기간이 길고 도덕적 위험 우려도 있어서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됩니다. 따라서 보험계약 존속 중에 당사자의 부당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된 경우 상대방 당사자는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해지권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 당연히 인정되므로 별도의 명시적 약정이나 설명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한 해지권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인 해지사유가 무엇인지 불명확한 측면도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서 해지권 인정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위 법리는 기존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에서 제시된 것입니다.
(2) 신뢰관계 파괴하는 부당한 행위 있었다면 주계약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었어도 보험계약 전부 해지 가능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은 보험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부당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상대방 당사자가 그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해지의 원인이 된 부당행위가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서 보험계약 전체가 영양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된다는 법리도 밝힌 바 있습니다.
(3) 해지 효력 범위 – 사건 경위, 보험금 규모, 사안의 중대성 등 고려… 주계약 및 다른 특약은 해지 안 돼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비록 사고 경위를 허위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메리츠화재가 보험계약 전체를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보험자가 사고 경위를 거짓으로 꾸며 보상받으려 한 담보는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은 상해, 질병, 실손의료비 등을 보장하는 종합보험이고 일상생활배상책임 담보는 부수적인 것이며, 피보험자가 부당하게 청구한 보험금액이 80만원 정도인데, 피보험자가 2007년부터 이번 사고 시점인 2020년경까지 납부한 보험료가 총 2,200만원이 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결국 피보험자의 보험 전체가 아닌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만 일부 해지가 인정됐습니다.
노트 – 허위 보험금 청구로 신뢰관계 손상 됐어도… 보험회사 해지권 남용에 제동
(1) 대법원 판례 법리와 쟁점
보험금을 부정 취득하기 위해서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처럼 보험계약에서 반드시 필요한 당사자 사이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
그런데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무분별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봤습니다. 피보험자의 부정행위가 불과 80만원을 위한 것이었는데, 10년 이상 2,0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납입하며 유지해온 보험계약을 전부 해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2) 합의해지 효력을 제한 해석한 것은 다소 과도해 보여
재판부는 피보험자 스스로 보험회사와 합의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한 것을 계약 전체가 아닌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야에 대한 일부 해지라고 해석했습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계약 전체를 해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보험계약자 스스로 허위 청구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합의하였음에도 법원이 사후적으로 합의 해지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해석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적 자치의 원리에 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10년 이상 2,200만원 넘는 보험료를 납입한 데 반하여서 피보험자가 편취하려던 금액은 불과 80만원이라고 비교하면서 “28배를 초과하는 규모의 보험료를 납입한 계약 전부의 유지를 포기한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한 부분도 피보험자가 그동안 납입한 2,200만원이 넘는 보험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3가 있었던 금액인 반면에 80만원은 부정하게 취득하려다가 실패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두 금액의 성질이나 의미가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마치 동일선에 있다는 듯이 “28배”와 같은 표현으로 비교하여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 험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상대방이 그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 이로 인해 보험계약 전체가 영향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효력은 해당 보험계약 전부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