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 자택에서 대기하던 시간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시, 감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만, 출동 빈도가 훨씬 낮았던 야간당직은 통상근로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0가합602440 판결]
[요약]
회사의 지시로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업무지시가 있으면 지체 없이 고객사에 방문해서 기술지원을 해야하였다면 자택에서 대기한 시간 및 고객사로 이동한 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입니다.
[관련 법리]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링크)에서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등에서 말하는 ‘근로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반면에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을 하지 않는 휴식시간, 대기시간이라도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안의 개요]
자택 대기, 출장 및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와 관련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0가합602440 판결을 소개합니다.
원고는 컴퓨터 기술자로서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였습니다. 고객사가 회사에 장애 발생 사실을 알리면, 회사는 2시간 이내에 원고와 같은 기술자 직원을 방문하게 해서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하였습니다. 원고는 주로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회사의 지시로 고객사에 곧장 방문하는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원고는 자택에서 대기한 시간, 고객사에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는 데에 소요된 시간 등이 근무시간에 해당하므로 임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판결]
법원은 원고가 회사의 지시로 자택에서 대기하였으므로 자택도 근무지에 해당하고, 자택에서 대기한 시간도 회사의 지시가 있으면 곧장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원고가 회사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택에서 대기한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에, 원고가 6주마다 1주일 동안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 자택에서 대기하는 방식으로 당직근무를 섰고, 긴급한 경우 고객사에 출동하여 유지, 보수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출동 요청이 없는 경우에는 자택에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였던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근로와 같다고 보았습니다.
[해설 노트]
근로시간 중에 실질적인 근무행위를 하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휴게시간, 대기시간, 이동시간 등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무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사업장에 발이 묶여있으므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으므로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대법원은, 사용자의 지시, 감독의 영향에 있었는지, 근로자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0가합602440 판결 사례에서는,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고객사’로 직접 출동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한 경우에 소정근로시간(09:00 ~ 12:00, 13:00 ~ 18:00) 중에 자택에서 대기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만, 야간(소정근로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 당직근무를 한 부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업무의 내용(자택에서 대기하다가 고객사로 출동하여 유지, 보수 업무)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야간(소정근로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는 근무의 밀도나 강도(긴급히 출동하는 빈도 등)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당직근무시간을 통상근무시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