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상해나 질병 관련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피보험자의 직업, 직무가 무엇인지 알리게 돼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직업, 직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보험회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여기서 계약체결시 직업, 직무를 알리는 것을 ‘고지의무’라 하고, 계약체결 이후에 직업, 직무를 알리는 것은 ‘통지의무’라고 해서 구분합니다.
직업, 직무 변경 통지의무는 설명의무 대상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직업, 직무를 변경할 경우 보험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사실은 보험회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설명의무 대상입니다. 만약 보험회사가 설명하지 않았다면 통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
또한 대법원은 직업, 직무 변경 통지의무를 정한 약관조항이 상법 제652조 제1항이나 제653조를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상법에서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통지하도록 돼있는데, 보험약관은 그 중에서 특별하게 ‘직업, 직무’에 대한 통지의무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계약체결시 직업, 직무 고지의무는 설명의무 대상 아니야
반면에 계약체결시에 보험회사에 직업, 직무를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는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보험계약 체결시 상품설명서에서 분명하게 질문하고 있는 사항이고, 상해나 질병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업, 직무에 대해서 고지하지 않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보험상품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1은 실제로 일용직 근로자임에도 관리직 사무종사자로 직업, 직무를 고지하여 고지의무가 문제된 사안에서 -상법 제651조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면서, 부연하여서- 직업, 직무 고지의무 보험약관은 상법 제651조, 제655조에 따라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거래상 일반인들이 보험회사의 개별적인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인정하면서 보험회사에 명시, 설명의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를 ‘설명의무 대상으로서’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사실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는 둘 다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게 자기의 위험상황을 알리는 제도로 거의 한 몸과 같습니다. 보험계약 체결시 위험상황을 알리는 것이 고지의무라면, 계약 체결 이후에 변경상황을 알리는 것이 통지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고지의무와 설명의무의 관계를 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 효과에 관하여 상법 제65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항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는 각 보험계약의 내용과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를 당연히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보험회사가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대한 고지의무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8다242116 판결) 그리고 위 법리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도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21. 8. 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반면에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직업, 직무 고지의무를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은 직업, 직무 통지의무가 설며의무 대상이라고 본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과 대비되는 입장입니다.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는 피보험자의 위험상황을 알린다는 점에서 같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전혀 다릅니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일시적으로 이행하여야 하는 반면 통지의무는 보험기간(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언제든지 이행하여야 하므로 훨씬 더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고지의무 사항은 보험계약서에서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인식하기 쉽습니다.
또한 통지의무 약관2에서는 구체적으로 ‘직업, 직무 변경’이나 ‘오토바이 사용’에 대해서 알리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반해서, 고지의무 약관은 항목을 ‘청약서에 질문한 사항’에 대해서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통지의무 약관과 달리 고지의무 약관은 구체적인 항목을 예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상법 제651조와 더욱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를 설명의무 대상으로서 반드시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고려하면(이미 ‘주기적인 오토바이 사용 사실’에 대한 고지의무가 설명의무 대상이라고 본 판결이 있으므로) ‘직업, 직무’에 대한 고지의무도 설명의무 대상이라고 판단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