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수지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가 스스로 119에 전화해 구조 됐지만 끝내 사망하였습니다.
- 그런데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법원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 법원이 유가족이 아닌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피보험자가 가지고 있던 많은 빚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 자세한 사안과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안 – 대구 근교 저수지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는 스스로 119에 구조를 요청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에 가입하였던 피보험자는, 2007년 3월 가입한 보험(“제1보험”)에서는 상해사망시 1억 원을, 교통상해사망시 1억 원을, 상해가족생활자금으로 4,000만 원을 보장받고 있었고, 2019년 3월 가입한 보험(“제2보험”)에서는 상해사망시 3 억 원을 보장받고 있었습니다.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총 5억 원이 넘었습니다.
피보험자는 2020년 4월 2일 07:24경에 자동차를 타고 대구 모처의 저수지에 추락하였고, 직접 119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출동한 119 구급대에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된 피보험자는 사고 당일 12:52경에 사망하였습니다.
법률지식 – ‘고의 자살’에 대해서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보험사가 ‘객관적 물증’ 또는 ‘명백한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상해사망보험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피보험자가 ‘고의 자살’하였는지 애매하거나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때입니다. ‘고의 자살’은 면책약관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법원은 피보험자가 유서를 작성하고 사망한 경우와 같이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 경우 또는 상식적으로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명백한 정황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는 보험금 면책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2495 판결 보험계약의 보통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바,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판결 – 피보험자의 채무 상황, 저수지에 간 이유가 불분명하고, 핸들을 급격하게 틀어 저수지로 빠진 정황, 구조 당시 썬루프가 열려있었으나 피보험자가 적극적으로 탈출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고의 자살로 판단했습니다.1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는 이 사건의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황사실들을 들어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보험자는 2011년경 이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2018년경 이후에는 주민세와 지방교육세를 체납하였으며, 사고 당시에는 4억원이 넘는 채무가 있어서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였습니다.
- 피보험자가 사고 당일 새벽 5시 30분경 집을 나와 사고 현장으로 이동한 경위, 이유 등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 피보험자가 사고 직전, 사고 장소 주변을 2~3차례 지나간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사고 장소는 도로와 저수지가 가깝고 연석도 낮게 설치되어 있는데다 가드레일도 없어서 도로에서 차량이 곧바로 저수지로 빠지기 용이한 장소였습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서는 차량의 추락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됐고, 자동차사고공학분석보고서에서는 운전부주의 또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향핸들이 돌아가 저수지에 추락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됐습니다. 즉, 사고가 차량 결함이나 피보험자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었습니다.
- 피보험자가 저수지에 빠질 때, 차량 핸들을 적어도 180도 이상 돌려야 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피보험자는 자동차 썬루프가 열린 상태에서 구조됐는데, 그렇다면 피보험자가 직접 썬루프로 탈출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인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 사고 현장을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을 만한 곳도 아니어서, 피보험자가 단순히 차를 세우고 쉬려 하다 사고가 났다고 하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결국, 보험회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됐습니다.
노트 – 고의 자살 여부는 구체적인 정황사실에 대한 입증에서 판단이 갈릴 수 있습니다.
망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고의 자살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남아 있는 정황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는 대부분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유서의 존재, 소득이나 채무 등 경제적 상태, 보험에 가입한 사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육체적 • 심리적 건강 상태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위 사안은 피보험자가 직접 119에 구조 요청을 한 만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피보험자의 소득 • 채무 등 경제적 상황, 자동차가 느닷없이 방향을 틀어서 저수지로 추락한 사정, 스스로 탈출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정황사실이 제시되면서 보험회사가 승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