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아인 피보험자가 출생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으로 가사상태 빠져…출생 20여분 만에 사망
- 유가족, “태아 ‘가사상태’ 빠졌으므로 고도후유장해 해당” 주장
- 어린이보험 보험사, “사망으로 진행하는 단계이므로 영구장해 아니야”
쟁점 – 출생 직후 사망시 후유장해 상태 인정 여부
피보험자는 태아였는데, 출산 과정에서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태아곤란증으로 가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응급 제왕절개수술이 이루어졌지만 가사상태에서 출생한 피보험자는 불과 20여분 만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유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산부인과 전문의의 과실이 인정됐습니다([판결] 유도분만중 태아곤란증으로 신생아 사망…의사 손해배상 책임).
어린이보험에는 ‘고도후유장해보험금’ 담보가 있었고 가입금액은 2억원이었습니다. 유가족은 의료과실 소송에서 승소한 후 보험회사를 상대로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출생 직후 가사상태에 있던 피보험자에게 ‘후유장해’가 인정될지 다툼이 됐습니다.
판결 – 피보험자 사망으로 진행하는 단계에 있었으므로 영구적인 장해상태 아니야1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9단독 재판부2는 피보험자가 출생 당시에 가사 상태에 있었던 것은 사망으로 진행하는 단계에서 거치는 일시적 장해상태이므로 이를 영구적 후유장해로 볼 수 없으므로 후유장해 보험금 지급사유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보험약관에서 ‘장해’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신생아 가사상태에서 출산하여 곧바로 사망에 이른 것을 보험약관상 ‘장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참고로,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1다45736 판결).
또한 유가족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어린이보험의 고도후유장해 특약에서 말하는 ‘장해지급률 80% 이상’과 같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법상 만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상법 제732조) 현행 상법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여 유효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 사망한 경우를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경우와 같게 봐서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딴 생각 노트 – 태아의 생명보험? 태아도 피보험자가 될 수 있나?
상법 제732조는 만 15세 미만인 자의 사망보험을 무효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효력규정으로 피보험자가 동의했는지와 관련 없이 보험계약은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따라서 태아를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의 이유에서도 이 부분이 명시됐습니다.
다만 상해보험의 경우 상법 제732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상법 제739조). 최근 대법원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한 상해보험도 유효하다고 봤습니다.3
이번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태아가 출생하기 전에 사망하더라도 피보험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그렇다면 사람은 출생하여 생존하는 동안에만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태아 상태에서는 권리능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 법리4와 충돌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민법 제762조처럼 특별히 법률에 의해서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이후에 문제 시점까지 소급해서 권리능력을 인정해줄 뿐입니다.5 그런데 보험계약에 있어서만 특별하게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 확정된 판결입니다.
- 재판장 임범석 판사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
- 대법원 1976. 9. 14. 선고 76다1365 판결 등
- 대법원 1949. 4. 9. 선고 4281민상 제197판결, 법정정지조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