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보험자, 애인이 전 연인과 연락한다는 이유로 갈등
- 호텔 방에서 술 마시다가 창문 방충망 뜯어내고 뛰어내려 사망
- 메리츠화재•삼성생명, “고의 자살은 사망보험금 지급 안 해”
- 피보험자 유가족, “심신상실 중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해야”
사안 – 전 연인과 연락한다는 이유로 애인과 다툰 피보험자, 호텔 창문에 설치된 방충망 뜯고 뛰어내려
(1) 메리츠화재, 삼성생명의 상해사망보험 가입
피보험자 A는 메리츠화재보험과 삼성생명보험의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습니다.
(2) 술마시고 애인과 다툼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피보험자 A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애인 B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저녁 7시 30분쯤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자정 무렵까지 소주 3병 정도를 마셨는데, 평소 주량은 소주 2병 정도였습니다.
C는 B의 전 연인이었는데, 피보험자 A는 애인 B가 C와 연락한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호텔에서 술을 마시면서도 전 연인 C와의 연락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피보험자 A는 애인 B의 휴대전화에 통화기록을 검색하여 C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거나 “B에게 그만 연락하라”거나 “자꾸 거슬리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3) 다툼 중 호텔 창문으로 뛰어내려 사망
그날 피보험자 A는 자정을 넘겨 술을 마시고 B와 다투다가 결국 호텔 창문의 방충망을 뜯어내고 뛰어내렸고, 출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유가족 주장에 따르면, 피보험자 A는 애인 B와 다툼이 격해지자 B의 휴대전화를 던지면서 ‘오늘 죽겠다’와 같은 말을 했고, B를 폭행하기도 했는데, 이에 B가 이별을 통보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격분하여 뛰어내린 것이었습니다.
판결 –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뛰어내렸다고 할 수 없어1
창원지방법원 민사4단독 재판부2는 피보험자가 순간적인 흥분으로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사고 당시에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인지 능력,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 자살한 경우 심신상실 상태였다면 보험금 받을 수 있어
재판부는 상해보험에서 고의에 의한 자살은 면책사유에 해당하지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도록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고(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여기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것인지는 자살자의 나이,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고 본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 했습니다.
(2) 심신상실 – 피보험자 평소에 정상적인 생활 했고, 소주 3병으로 의사능력 상실했다고 볼 수도 없어
피보험자 A는 사고 당시에 몹씨 화난 상태였고 술에 취해 있었긴 했지만, 심신상실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인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보험자 A가 평소에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볼 수 있는 진료기록 등 증거가 없습니다.
- 피보험자 A는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해왔고, 애인 B와 1년 6개월 동안 사귀는 등 평소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 사고 당시에 피보험자 A가 평소 주량에 비해 많은 술을 마신 상태였고, 애인과 다투어 흥분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고 직전인 2020년 12월 18일 오후 11시경에 스스로 걸어서 호텔방을 오고 갔고, 애인 B의 휴대전화에서 C의 연락처를 검색하는 등 사정을 고려하면, 피보험자 A가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만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노트 – 미묘하게 달라지는 추락(자살) 사고의 쟁점
(1) 쟁점 분석
피보험자 A는 술에 취한 상태로 애인과 다투던 중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평소 피보험자 A가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고, 정신질환 병력도 없었던 점에 미루어 볼 때 다툼이 상당히 격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순간적인 흥분으로 뛰어내려 발생한 추락 사고는 ‘심신상실 상태였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즉, 피보험자 A가 죽기로 마음 먹고 뛰어내린 것이라면 자살이 되고, 흥분하여 공황 상태에 빠진 나머지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뛰어내린 것이라면 상해사고3가 됩니다.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
제5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①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참고로, 부부싸움 중에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려 사망한 사고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남편에 대한 재정보증 내지 경제적 문제로 남편뿐만 아니라 시댁, 친정과 계속 갈등을 겪어 왔을 뿐만 아니라, 세 자녀를 돌보면서 남편의 회사업무도 돕는 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오기도 했고, 출산 후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불과 1년 만에 충수절제술을 받고 각종 병명으로 병원에 오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져 있었던 사정, 이 사건 당일 남편인 원고 1이 술에 취하여 귀가하였다가 망인이 손위 동서(원고 1의 형수)와 전화를 하면서 원고 1에 대한 재정보증문제로 언쟁을 하는 것을 보고 망인에게 전화기를 던지고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수회 뺨을 때리자 망인도 흥분하여 텔레비전을 넘어뜨리는 등으로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한 사정, 원고 1이 함께 죽어버리자고 하면서 망인의 멱살을 잡고 베란다 난간으로 끌고 가서 망인의 상체를 베란다 밖으로 밀고, 자녀들은 망인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잡고 울면서 원고 1에게 애원을 하여 만류하는 상황에서, 원고 1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베란다를 떠나 거실로 가는 순간, 망인이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린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위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망인은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망의 결과와 그로 인한 가족들 및 주변 상황의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지도 못한채 극도로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정신질환 상태가 심각했는지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피보험자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다가 자살한 사고에서는 ‘정신질환의 정도, 상태’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피보험자가 처했던 상황과 정신질환의 상태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될 정도로 심각하였다면 상해사고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대법원은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 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 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여서 다른 반증이 없다면 의학적 견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도 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견해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었고, 그 견해에 의할 때 망인은 2006년 학급 내 문제로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겪은 후 매년 10월경을 전후하여 우울삽화가 발생하는 등 망인이 자살할 즈음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 상태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원심은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망인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망인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후,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보험자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를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우연한 사고 vs 자살⋯입증의 영역
피보험자가 혼자 있을 때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우연한 사고인지’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추락 사고나 물에 빠지는 사고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결국 입증이 중요합니다.
보험약관에서 ‘고의로 자살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증책임도 보험회사가 부담합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을 제시하거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2495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 등).
임변노트에서 소개한 ‘[단독]저수지로 돌진한 자동차 사안’도 피보험자가 혼자 사고를 당하여서 고의 자살인지 입증이 문제된 사례입니다.
(4) 추가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1822 판례 소개4
남학생이 여학생과 다투고는 “잘 있어라. 나 간다.”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건물 옥상에서 추락한 사고가 문제된 사례입니다.
피보험자는 20대 초반 남성으로 태국 파타야 리조트에서 인턴쉽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피보험자와 함께 일하던 여학생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잘 있어라. 나 간다.”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옥상 난간 높이가 128cm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난간 넘어로 피보험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고의 자살인지 문제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보험자의 키가 160cm인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보험자가 단순히 128cm 높이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가 추락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피보험자가 평소에 고층 난간에서 바깥쪽으로 몸을 내미는 행위를 하기도 했고, 겁이 없고 모험심이 강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옥상 난간 바깥쪽으로 걸터앉아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추락 사고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외에 피보험자가 평소에 정신병력이 없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던 점 등을 이유로 피보험자가 우연한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고 결론지었고, 보험회사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