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피보험자가 뇌병변장애로 보험금 청구 못 했는데, 보험사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다툼
(1) 2014년 피자 배달중 오토바이 사고로 뇌 손상, 2017년 근로복지공단 장해급여 신청, 2021년 보험금 청구
피보험자는 2014년 2월 19일 흥국화재해상보험의 상해후유장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8월 3일경 오토바이로 피자 배달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피보험자는 ‘경막하출혈, 강직성 편마비’로 진단받고 두개골 절제술, 두개골성형술을 받았으나 팔과 다리의 강직성 편마비로 인한 후유장해가 남았습니다.
피보험자는 2020년 1월 14일경 흥국화재에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했는데, 흥국화재는 2020년 2월 28일 피보험자가 오토바이 사용을 알리지 않아 ‘계약 후 알릴의무(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였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1
결국 피보험자는 2020년 9월 15일 흥국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흥국화재, 소멸시효 완성 주장 “사고 후 5년 이상, 장해급여 신청 후 3년 이상 경과해”
피보험자는 2014년 8월 3일 사고로 2014년에 2차례 수술을 받았고, 2015년 4월 10일에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뇌병변장애 4급’2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보험자는 2017년 3월 15일과 2017년 7월 14일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서 2017년 7월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 28일에 장해급여를 승인받았습니다.
그리고 피보험자는 2020년 1월 14일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2020년 2월 28일 통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었고, 다시 6개월이 경과한 2020년 9월 15일에서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결국 피보험자는 사고 발생 후 2차레 수술을 받은 2014년경으로부터 5년 이상, 장애인등급을 받고서 4년 이상 지나서야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2017년 장해진단서를 발급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하고 나서도 3년 이상 경과하고 나서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고, 소멸시효 중단 사유도 없습니다.
(3) 피보험자, 신의칙 위반 주장 “뇌병변장애 호전과 악화가 반복돼 스스로 보험금 청구권 행사할 것 기대 못 해”
2014년경 사고 이후 2019년 9월 5일경까지 뇌병변장애가 호전, 악화를 반복했습니다. 병세로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피보험자는 병세가 계속돼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습니다.
사고 후 치료를 받느라 보험금 청구를 하지 못한 것인데, 보험회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며 권리남용에 해당합니다.
판결 – 뇌병변장애로 보험금 청구 지연됐어도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 위반 아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4단독 재판부3는 흥국화재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4
우선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2017년 7월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하면서 2017년 3월 15일 및 2017년 7월 14일자 장해진단서를 첨부한 사실을 근거로 ‘늦어도 2017년 7월경에는 보험사고(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피보험자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를 부연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권리남용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 법리를 인용했습니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초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183, 224190 판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노트 –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쟁점 2가지
(1) 쟁점 분석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었던 때에는 후유장해 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서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할 수 있었으므로 -동일한 서류를 이용해서- 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참고: 소멸시효 중단
이 부분에 숨은 쟁점이 하나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근로복지공단 장해급여 신청을 위해 처음 후유장해진단서를 받은 날은 2017년 3월 15일이었고, 흥국화재에 처음 보험금을 청구한 날은 2020년 1월 14일이었습니다. 후유장해지단서를 발급받고 나서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흥국화재가 2020년 2월 28일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하였고, 그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15일에서야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피보험자가 처음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2017년 3월 15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다면,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20년 1월 14일에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므로 민법 제174조의 ‘최고’가 있었던 것인데, 흥국화재가 2020년 2월 28일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으므로 피보험자의 최고는 효력이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피보험자는 2020년 2월 28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 등 권리행사를 하여야지 최고의 효력을 계속 주장할 수 있는데(민법 제174조), 6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15일에서야 소송을 제기하였기 때문에 최고의 효력(소멸시효 중단)을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2) 대법원: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권리남용 여부 판단
판결에서도 소개된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권리남용 사건’이 있습니다. 보험회사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권리남용도 아니라고 판단됐지만, 금융당국 권고로 보험금이 지급되며 마무리된 사건입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3) 보험회사의 조사 지연으로 소멸시효 중단
다른 쟁점으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청구를 했으나 보험회사 측의 조사 과정이 지연되면서 소멸시효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최고’에 해당하고,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급할지 말지 회신할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되므로, 보험회사가 회신한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재판상 청구)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198 판결 참조)
- 소송에서는 이륜자동차 계속적 사용에 대한 통지의무 위반 여부와 그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소멸시효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이 쟁점은 논하지 않겠습니다.
(오토바이 통지의무 관련해서는 ‘[단독](판결) 오토바이 계속 운전했으면, 보험 고지의무와 통지의무 모두 위반‘ 참조) - 피보험자 이의신청으로 ‘3급’ 재판정 받음
- 재판장 이혜림 판사
- 확정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