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인과관계”란?
일상에서 인과관계를 말할 때에는 철학적인 의미로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결과로써 발생한 다른 사건이 있다면 두 사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법률적인 상황에서는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라는 표현을 쓴다. 사실 민사분쟁에서 인과관계라고 말하면 상당인과관계를 뜻한다.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라고 설명한다. 민사분쟁에서는 사회적·법적인 관점에서 인과관계가 있을 때 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63776 판결 등 참조함
구체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보통인의 관점에서 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이다. 보통인의 관점이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관으로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준은 실제 사실과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개천에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일이 실제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개천에 돌을 던진 사람이 반드시 개천에서 발견된 죽은 개구리를 돌로 맞춰서 죽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개천에 던진 돌이 개구리를 맞출 가능성 자체가 낮고, 개구리는 다른 이유로 죽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개천에 돌을 던진 행위와 개구리의 죽음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개구리가 돌에 맞아 죽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접촉사고로 입원한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고
대구지방법원 2015. 11. 3. 선고 2015가단114101 판결 사안이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회전 차량의 운전석 뒷좌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왼쪽 어깨가 빠지고 인대가 파열되었다.* 피해자는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다.
*좌측 견관절부 탈구 및 인대파열 진단
그런데 피해자는 입원 5주차에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법원의 판결
위 사안에서 유가족은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입원치료 중에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가 어떤 원인이 없으면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계’인 ‘사실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장 유지원 판사
특히 대구지방법원은, ‘사실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 인과관계가 무한히 확대되어 법률이 불법행위에 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입법목적*이나 공평한 손해의 전보라는 불법행위법의 이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설명했다.
*법에서 정한 불법행위 이외에는 책임을 면제하여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 것이 근대 불법행위법의 의의라는 설명도 부가하였다.
또한, “따라서 원인행위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회적·법적 인과관계’가 추가적으로 요구되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는 무한한 사실 가운데서 객관적으로 보아 어떤 행위로부터 보통 일반적으로 초래되는 결과가 있는 때, 다시 말해 동일한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결과를 발생케 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경우에만 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라고 판시하여서 상당인과관계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결국 대구지방법원은 교통사고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