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글: 발달지연(발달장애)에 대한 언어치료를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본 사례[부산고등법원 2020. 4. 23. 선고 2019나53658 판결]
1. 쟁점 – 발달지연(발달장애)에 대한 언어치료 비용을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하는지 문제
발달지연(발달장애, 이하에서는 ‘발달지연’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언어치료를 받은 경우에 실손보험으로 보장이 되는지가 계속 문제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언어치료를 하는 상담사(언어재활사, 미술심리치료사, 학교심리사, 사회복지사 등)가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의사의 진단 하에 의료기관 내에서 언어치료를 하는 경우에 이를 의료법상 의료행위로서 그 비용을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법적인 해석이 갈리기 때문이다.
관련 글(발달지연(발달장애)에 대한 언어치료를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본 사례[부산고등법원 2020. 4. 23. 선고 2019나53658 판결])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언어재활사 등 상담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언어치료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이를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관한 비용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기존에 부산고등법원 2020. 4. 23. 선고 2019나53658 판결에서는 언어재활사 등에 의한 언어치료 비용도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위 관련 글 참조).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언어재활사 등 비의료인에 의한 언어치료 비용은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즉, 비의료인에 의한 언어치료 비용에 대해서는 실손의료비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2. 최근 판례 – 비의료인에 의한 언어치료 비용은 실손의료비보험 보장 대상 아니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9. 선고 2024가단5336428, 2024가단5336435 판결 사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7단독 재판부(재판장 판사 이효진)는 의료행위느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 시행할 수 있는데, 비의료인 언어치료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고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비의료인 언어치료사에 의한 언어치료(놀이치료)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의료행위로 인한 비용을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비의료인 언어치료사에 의한 언어치료(놀이치료) 비용은 보장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덧붙여서, 비의료인 언어치료사에 의한 놀이치료(언어치료) 비용이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담보하는 의료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놀이치료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놀이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9. 선고 2024가단5336428, 2024가단5336435 판결
-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1) 원고의 주장
C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신경발달중재치료(NZ009)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감독 아래 놀이심리상담사로부터 놀이치료를 받았다. 놀이치료는 국가에서 치료사에 대한 자격시험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민간자격을 가진 ‘놀이 심리상담사’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비급여 의료비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신경발달중재치료(NZ009)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놀이치료는 의료행위이고, 의료행위는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이 시행할 수 있는데, 놀이심리상담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놀이심리상담사에 의한 놀이치료는 비급여 의료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비급여 의료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판단
1)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들이 부담하는 실손의료비를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관련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C가 받은 놀이치료 비용이 ‘의료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10, 을 제1, 2, 4~8, 10~1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청구하는 민간자격자인 놀이심리상담사에 의한 놀이치료 비용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담보하는 의료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담보하는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한 요양급여, 의료급여 또는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로 인한 비용이어야 한다. 나) 의료행위는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이 시행할 수 있고, 그 자격요건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함부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
다) 이 사건의 경우 C가 민간자격을 가진 놀이심리상담사로부터 놀이치료를 받았다는 사실, 놀이심리상담사의 경우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라)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놀이치료가 유의미한 의미가 있고, 국가가 놀이치료사에 대한 자격시험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위 놀이치료사에게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
마) 민간자격자인 놀이심리상담사에 의한 놀이치료 비용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담보하는 의료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놀이치료의 효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놀이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주문 제1항 기재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원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3. 노트 – 언어치료(놀이치료) 실손보험금 문제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해석 차이에서 발생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9. 선고 2024가단5336428, 2024가단5336435 판결은 비의료인에 의한 언어치료행위가 허용되는 것이지만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보았다.
의사의 지도, 관찰 하에 이루어지는 언어치료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주체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가 아니라면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금지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는 상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언어치료(놀이치료)는 의료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다시금 언어치료(놀이치료) 행위가 의료행위인가 아닌가에 관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등 법령상 요건을 갖춘 자가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언어치료(놀이치료)의 경우에는 의료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고, 오히려 의료인이 하면 의료행위이고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하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해석이 되므로,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조항의 의미가 퇴색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위와 같은 문제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과 체계가 상이하여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제도상 필요로 비급여 행위에 언어치료를 규정한 것이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이러한 법적인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의료법에서는 의료행위를 의료인 등 자격이 있는 자만 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급여 및 비급여 행위로 등록된 진료가 아니면 진료비를 징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두 법에서 정하는 의료행위와 급여/비급여 진료행위의 규제 취지가 서로 다른데, 해석상 동일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언어치료(놀이치료)를 비의료인도 할 수 있다면 의료법상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옳은데, 반면에 의료기관에서도 언어치료(놀이치료)를 하고 비용을 받을 필요도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비급여 치료행위로는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