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상가에서 업종 지정 없이 후분양 받은 점포에 대해서도 업종제한 및 경업금지 의무를 수인하기로 묵시적 동의하였다고 본 판결을 단독으로 소개합니다. 기존에 영업하던 ‘약국’과 경업 분쟁으로 소송이 진행됐습니다. 구체적인 분양 과정을 주장한 끝에 업종 지정 없이 분양 받은 점포도 이미 지정된 약국 영업은 할 수 없다고 판단됐습니다.
쟁점 – 약국 경업 분쟁 ⋯ ‘약국 업종으로 지정 분양된 101호’ vs ‘구체적인 업종 지정 없이 분양된 301호’
서울 N구의 지하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270호실의 집합 상가(이하 ‘C상가’)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분쟁 상가 호수는 임의로 101호, 301호로 표시하겠습니다.
(1) 첫 분양시 업종 지정: 101호 약국독점영업 분양
건설 시행사 ‘I회사’는 2003년 2월에 C상가 분양을 시작했고, 90개 이상의 점포를 업종을 지정하여서 분양했습니다.
2004년 6월경 101호는 ‘약국’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됐습니다.
(2) 후분양시 업종 미지정: 301호 ‘판매시설’로 분양
한편 2004년 11월경 C상가의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때까지 분양되지 않은 상가들은 담보권을 가진 ‘B신탁회사’에게 소유권등기가 이전됐습니다.
2007년 5월경 미분양 상가들의 소유권을 완전히1 취득한 B신탁회사는 ‘E주식회사’와 사이에, 미분양 점포들을 ‘판매 및 문화시설’ 용도로 10년간 임대하기로 계약했습니다.
그 이후 B신탁회사는 2007년 11월경 M에게 301호를 분양하면서 업종을 제한하지 않고 ‘판매시설’로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M은 2016년 7월경 N에게 301호를 매도했고, 2017년 12월경 N으로부터 301호를 임차한 자가 C약국을 개설하였습니다.
(3) 2017년경 301호 C약국 개설
2017년경 이미 101호 O약국이 영업중이었으나, 301호 임차인은 ‘C약국’을 개설하였습니다. 그리고 301호 C약국은 이듬해 C약국 옆에 정형외과의원을 직접 유치하였습니다.
상가내 약국독점영업권이 인정되는지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301호 C약국은 101호와 달리 특정 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301호에서는 판매시설인 약국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4) 101호 O약국, “최초 101호 상가 분양시 약국독점영업권 보장받았어” 주장
① C약국 영업금지 청구
101호 O약국은 2004년 분양계약체결시에 ‘약국 독점’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따라서 C상가에서 오로지 101호에서만 약국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② 손해배상 청구
301호 C약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영업손실 상당액을 손해배상하여야 합니다.
(5) 301호 C약국, “301호는 판매•문화시설로 분양받았으므로 업종제한 의무 없어” 주장
① 영업금지 청구에 대한 반론
101호와 달리 301호는 ‘판매•문화시설’로 분양된 것이므로 업종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301호에서는 판매시설인 약국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②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반론
301호에서 약국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없습니다.
만약 301호에서 약국 영업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301호 C약국이 유치한 정형외과의원에서 발생한 매출은 손해배상 금액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판결 – 301호 약국 영업금지
101호 O약국과 301호 C약국은 2018년부터 4년 넘는 기간 동안 수 차례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01호 O약국은 분양계약시 약국독점영업권을 인정받았으므로 301호 C약국은 영업이 금지되고, 손해배상청구도 인정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점영업권’ 쟁점을 주로 살펴보겠습니다.2 법원의 판결 이유와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합상가 분양계약으로 인정되는 독점영업권, 경업금지의무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하는 경우, 지정업종에 관한 경업금지의무는 수분양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자인 건축회사에도 적용되고,(대법원 2006. 7. 4.자 2006마164, 165 결정 참조)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상가에서 분양되지 않은 채 분양자 소유로 남아 있던 점포의 소유권을 특정승계한 자 또는 그로부터 임차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합니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4다44742 판결 참조)
그리고 이때 전체 점포 중 일부 점포에 대해서만 업종이 지정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8044 판결 참조)
(2) 301호는 상가 내 다른 지정 업종을 제외한 판매, 문화 업종만 영업하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한 것
101호는 건설 시행사인 I회사가 분양하면서 업종을 지정하였지만, 301호는 B신탁회사가 분양한 것이고 301호에 대해서는 별도의 업종을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C상가를 분양한 I회사가 90개 이상 점포의 업종을 지정하여서 분양하였으므로 그 수분양자, 임차인은 지정업종에 대한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2007년 E주식회사에 미분양 점포들을 ‘판매시설 및 문화시설’ 용도로 10년간 장기임대하면서 E주식회사도 기존 약 90개 점포의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상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서, 301호의 소유권이 E주식회사가 ‘판매시설 및 문화시설’ 용도로 10년간 장기임대하고 있던 기간 중에 B신탁회사에서 M, N으로 순차적으로 이전되었으므로, 결국 N도 특정승계인으로서 상가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결국, N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개설된 301호 C약국은 업종제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됐습니다.
노트 – 업종 지정하지 않은 후분양 점포에도 독점적 영업권에 대한 묵시적 합의 인정
(1) 301호 업종제한 의무 발생, 승계 과정 [참고용 표]
법원이 판단한 301호의 업종제한 의무 발생 및 승계 과정을 이해의 편의상 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301호 | 2007. 5. 18. | 2007. 5. 23. | 2007. 11. | 2016. 7. | 2017. 6. | 2017.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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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 I회사 → B신탁회사 | B신탁회사 | B신탁회사 → M (업종 지정 X) | M → N | N | N |
임대차 | (없음) | E주식회사: 10년 | E주식회사 | E주식회사 | E주식회사: 종료 | 새 임차인 → C약국 개설 |
업종제한의무 | 발생 | M: 묵시적 동의 | N: 묵시적 동의 | 있음 | 있음: 위반 |
(2) M, N은 이미 발생한 업종제한 의무를 특정승계한 자
M과 N 입장에서는 분양계약시 업종이 지정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한다는 결론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C상가에서 이미 수차례 업종제한 분쟁이 발생해왔고, 상가번영회3에서도 점포 간 업종제한 및 경업금지에 대해서 공문을 보내고 안내문을 게시하여서 알려왔던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M, N도 충분히 C상가의 업종제한 의무에 대해서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더라도 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집합상가 업종제한 및 경업금지 분쟁, 소송에서는 특유의 ‘단체적 질서’를 고려하여야 합니다. M, N이 직접 업종제한 또는 경업금지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C상가에 형성된 단체적 질서에 편입되었다면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체적 질서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다투기 위해서는 상가분양시부터 이어져온 히스토리를 세밀하게 파악하여야 할 것입니다.
(3) 집합상가 업종제한 및 경업금지 분쟁 일반화 할 수 없어
이번 판결은 과거 분쟁 사례, 분양, 임대차, 소유권이전, 상가 관리단 운영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 것입니다. 따라서 업종이 지정되지 않은 점포라고 해서 언제나 업종제한 또는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