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마시고 차량 운전석에서 자다가 가속페달(엑셀) 실수로 밟아… 엔진 과열로 화재
- 운전자는 탈출했지만,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차량 전소돼
- 삼성화재,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 없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한다며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면책
쟁점 – 자기차량손해 면책약관,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 없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하는지
(1)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2020년 4월 경에 피보험자는 디스커버리4 차량에 대한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서 자기차량손해 및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약을 모두 체결했습니다.
삼성화재 2020년 4월 자동차보험 [보통약관] 제3절 자기차량손해 제21조(보상하는 손해) 「자기차량손해」에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피보험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가입 금액을 한도로 보상하되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릅니다. (*) '사고'라 함은 ᄀ. 다른자동차와의 충돌, 접촉으로 인한 손해. 다만, ...(생략) ᄂ. 피보험자동차 전부의 도난으로 인한 손해, 그러나 ...(생략) 제23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손해는 「자기차량손해」에서 보상하지 않습니다. 10. 동파로 인한 손해 또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이 없는 전기적, 기계적 손해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별약관] 2. 보상하는 손해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보상하되 다음 각 항의 기준에 따릅니다. (*)'사고'라 함은 보통약관 「자기차량손해」 제21조 (*)에서 규정한 사고를 제외한 다음의 경우를 말합니다. ᄀ. 타물체와의 충돌, 접촉, 추락, 전복 또는 차량의 침수로 인한 손해 ᄂ. 화재, 폭발, 낙뢰, 날아온 물체, 떨어지는 물체에 의한 손해 또는 풍력에 의해 차체에 생긴 손해 4. 보상하지 않는 손해 ① 이 특별약관에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는 보통약관 제23조의 내용에 따릅니다.
(2) 가속페달 밟아 엔진 과열로 화재 발생
2021년 3월 경에 피보험자는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로 차량 운전석에서 잠을 잤습니다.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중으로 시동을 걸고 히터를 켠 상태였습니다.
만취한 피보험자는 잠결에 가속페달(엑셀)을 오랜 시간 밟았습니다. 그렇게 피보험자가 잠든후 약 1시간 10분이 지나 엔진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피보험자는 탈출했고 차량은 전소됐습니다.
(3)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 없는 기계적 손해’ 면책약관이 적용되는지가 쟁점
삼성화재는 운전자가 장시간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이 과열돼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이 없는 기계적 손해’라면서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고, 피보험자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판결 – 엔진의 기계적 과열로 발생한 화재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와 관련 없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해…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못 받아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민사부2는 화재 원인이 ‘엔진 과열’에 있으므로 그 화재로 인한 손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와 관련 없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 엔진 과열 화재로 인한 손해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
피보험자가 잠결에 가속페달을 장시간 밟아서 발생한 화재로 확인되고, 소방서 화재조사에서도 “발화요인 : 기계적 요인 – 엔진과열 추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화재로 인한 손해는 약관상 ‘기계적 손해’에 해당합니다.
(2)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가속페달을 밟은 행위가 아닌 기계적 한계를 넘어 과열된 엔진에 있으므로 우연한 외래의 사고와 관련 없어
자기차량손해 특약과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약은 대부분 다른 차량이나 외부 물체와의 충돌 등 ‘차량 외부’에서 전달되는 충격에 의한 손해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속페달을 밟는다고 해서 당연히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화재의 원인은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라기보다는 ‘엔진이 기계적 한계를 넘어 과열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차량을 장시간 운행하다가 엔진 과열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면책약관이 적용되어서 자기차량손해 특약 또는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약으로 보상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차량을 장시간 운행하다가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비해서 이번 사안은 피보험자의 과실이 더 큰데도 오히려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형평에 어긋나게 됩니다.
결국 피보험자가 자다가 가속패달을 밟은 것을 우연하 외래의 사고로 볼 수 없고, 화재 원인은 기계적 과부하에 있으므로 면책약관이 적용된다는 판단입니다.
(3) 면책약관 적용되므로 자기차량손해,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보험금 받을 수 없어
결국 ‘기계적 손해’ 면책약관이 적용되므로 피보험자는 자기차량손해 또는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노트 – 가속페달을 밟는 행위와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사례
(1) 쟁점 분석
쟁점이 된 면책사유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직접 관련이 없는 기계적 손해’입니다. 반대로 보면, 우연한 외래의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다면 기계적 손해라고 하더라도 보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화재는 ① 가속패달을 장시간 밟음 → ② 엔진 계속 작동 → ③ 엔진의 한계 초과 → ④ 화재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①항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보입니다. ‘술먹고 자다가 의도하지 않게 가속페달을 밝고 있었다’는 것은 우연히 발생한 일이고 운전자가 한 것이라도 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래의 사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화재의 직접 원인이 ①항이라면 면책약관을 적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2) 운행 중 과열 사고와의 형평을 고려한 판결
재판부가 말했듯이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에 엔진이 과열되어 발생하는 사고는 우연성 없는 기계적 손해에 해당해서 면책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피보험자가 의도하지 않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연성이 인정되는데,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중에 발생한 엔진과열 화재와 비교할 때 만취해서 자다가 실수로 엔진을 과열시킨 사고는 보호할만한 가치가 훨씬 적습니다.
형식논리로 따지자면 이번 사고는 면책하지 않고 보상해야 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술먹고 시동도 켠 상태로 운전석에서 잠든 피보험자를 보호하기에는 사회적 형평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