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을 위해 유도문만제(미소프로스톨)가 투여, 태아곤란증 발생
- 응급 제왕절개수술 시행 했지만 신생아 가사 상태로 출산…결국 사망
- 의료과실 주장하며 산부인과 의사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쟁점 – 제대양막부착 증세 발견 못 하고 유도분만 시도중 태아곤란증 발생…의료과실 다툼
(1) 임신 22주차부터 산부인과 병원 바꿔…두 병원 모두 제대양막부착 발견 못 해
원고들은 임신 22주차 무렵 진료 병원을 바꿔 피고 병원에서 산전 진찰을 받았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별다른 이상 소견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태아는 제대양막부착 증세를 보였습니다. 제대양막부착은 탯줄(제대)이 태반이 아닌 양막에 부착되어 있는 증상입니다(아래 그림의 ②번).
(2) 출산 과정 – 유도분만제 투여 → 태아곤란증 발생 → 응급 제왕절개수술
출산 당일 00시 00분경 피고 병원은 유도분만을 위해 유도분만제(미소프로스톨)를 질 내에 투여했습니다.
07시 05분경 태아심음이 100회/분 이하로 떨어졌다가 07시 30분경부터 다시 정상 수치1로 회복됐습니다.
09시 00분경까지 태아하강도(-2)와 자궁경부 개대 정도(1)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12시 30분경 태아심음 등 검사 결과 특이 소견 없어서 산모는 식사를 했고, 13시 30분경까지 검사 없이 대기했습니다.
13시 30분경 산모에게 질출혈이 관찰됐고, 산부인과 전문의인 피고가 태아심음을 측정해보니 80~90회/분으로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태아곤란증’으로 진단했습니다.
13시 55분경 태아는 응급 제왕절개수술로 출생했습니다.
출생한 아기는 울음, 활동이 없었고, 심박수는 60회/분 미만이었으며, 아프가점수2는 1분에 1점, 5분에도 1점이었습니다.
신생아는 가사 상태로 출산한 것이었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으나 출생 당일 사망했습니다.
(3) 의료과실 손해배상 소송 제기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이 주장한 피고 병원의 과실은 ① 제대양막부착을 발견 못 한 것, ② 금지약물인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한 것, ③ 유도분만제인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하고도 산모 감시를 게을리 한 것, ④ 미소프로스톨 투여 후 9시간이 지나도록 태아하강도와 자궁경부 개대 정도가 변화가 없어서 분만 진행이 정착됐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 ⑤ 출산 당일 07시 05분경 태아 심박수가 100회/분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태아곤란증을 의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⑥ 태아 출생 직후 기도삽관 등 응급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무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점 등이었습니다.
판결 –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감시의무 태만으로 손해배상책임 인정3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4는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피고 병원이 분만감시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했고, 손해배상책임은 3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 분만감시의무 위반 – 적어도 30분 간격으로 심박동을 측정 했어야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서 피고 병원이 산모에게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하고 유도분만을 하면서도 분만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소프로스톨은 유도분만을 위해 흔하게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사용량에 따라서 유산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 병원이 산모에게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한 이상 분만감시를 철저히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도 미소프로스톨과 같은 프로스타글라딘 제재를 사용한 유도분만시 자궁수축과 태아심박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분만실을 이용할 것이 권고됩니다.
출산 당일 태아 심박수가 12시 30분경 140회/분이 넘어 정상이었다가 불과 1시간 뒤이 13시 30분경 80~90회/분으로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1시간 동안 산모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식사를 했을 뿐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았고, 부검결과 제대양막부착 증세 외에 다른 선천성 기형이나 장기 손상 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12시 30분경부터 13시 30분경 사이에 태아곤란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만진통 초기 단계에 고위험 임신이 아니더라도 최소 30분 간격으로 심박동을 측정하도록 권고됩니다(대한의사협회를 통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만약 피고 병원이 12시 30분경부터 13시 30분경 사이에 30분마다 태아 심박동을 측정했다면 태아곤란증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여 응급 제왕절개수술 시점을 앞당기는 등의 조치로 태아가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2) 책임제한 – 의료행위는 언제나 위험성이 내포돼 있고, 태아곤란증의 주요 원인은 제대양막부착이라는 선천적 요인인 점 등 고려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최선을 다해서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위험성이 존재하고, 의료조치를 잘못 한 것이 아니라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것이며, 태아곤란증의 주요 원인은 제대양막부착이라는 신체적 소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서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 태아 심박수 정상범위는 120~160회/분(평균 140회/분) 정도이고, 태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며, 태아가사의 진단에도 이용됩니다.
- 출산 직후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점수입니다. 검사는 보통 출산 1분 후와 5분 후에 이루어지며, 점수가 낮을 경우 어느 때건 다시 반복할 수 있습니다. 3점 이하는 치명적으로 낮은 점수, 4점에서 6점은 약간 낮은 점수, 7점에서 10점은 정상 점수로 해석합니다.(위키피디아 “아프가 점수” 참조)
- 확정된 고등법원 2심 판결입니다.
- 재판장 진성철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