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주요우울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는 의학적 견해를 존중해야
대법원은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에서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주요우울장애 →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심신상실) → 자살’로 이어졌다는 의학적 견해가 있다면 가급적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 이후로 ‘주요우울장애’ 진단이 있는 자살사고에 대해서는 고의면책이 인정되기 어려워 졌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019084 판결: 우울증 진단 기록이 있으나, 자살 당시에 ‘중증’우울장애 상태였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고의면책을 인정한 사례
사안 – 2018. 8. 우울증 진단, 2019. 7. 자택 옥상에서 목 매 자살
피보험자는 2018. 8.경 ‘우울증 및 수면장애 등이 심하여 지속적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 9.경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우울감에 퇴근 후 혼자서 소주 1-2병을 마시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2018. 12.에는 ‘품행, 기분 혼합장애’로 진단받기도 했습니다.
그 후 2018. 11.경에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 7. 25. 스스로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과거에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내용,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내용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다 피보험자는 2019. 7. 26.경 당시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임신 중이었으나, 여자친구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여 낙태동의서에 사인하는 등 과정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19. 7. 30. 자택 옥상에서 3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난간(높이 2.6m)에 고무호스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매 사망하였습니다.
의학적 견해① – 2018. 8. 우울증이 2019. 7. 자살 당시까지 악화되었는지 알 수 없어
피보험자의 진료기록과 사건 경과를 검토한 자문의는, 피보험자가 2018. 8.부터 2018. 12.까지 우울증 증상이 악화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울감이 호전되지는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18. 12. 이후에 2019. 7.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이 악화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2019. 7.경까지 우울증상과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의학적 견해② – 충동적인 성격의 피보험자가 우울증상과 자살사고(自殺思考)를 가지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살한 것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인지’와 관련하여서 자문의는, 피보험자가 충동적인 성격인데, 2019. 7.경 우울증상과 자살사고(自殺思考, 자살에 대한 생각)를 가지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성이 강화되어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판결 – 자살 사고 당시에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단독 재판부1는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사망보험금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2
재판부는, (1) 피보험자가 2018. 12.경 정신과적인 치료를 권하는 의사들의 권유를 스스로 거부한 점, (2) 스스로 바닥에서 높이가 2.6m에 이르는 옥상 출입구 난간에 올라 호수로 목을 매어 사망한 점, (3) 사망 즈음에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아 합리적인 사리분별이 불가능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4) 사망 즈음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였고, 망상이나 환각, 환청 등의 인지기능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5) 자문의의 의학적 견해에 따르더라도 사망 즈음에 피보험자의 우울증이 ‘중증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고, (6) 그 외에 외부적인 스트레스 등이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야기하였다고 인정할 근거도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노트: 우울증 진단 이력이 있더라도 사고 당시의 상태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
처음에 살펴본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은 ‘피보험자가 주요우울장애로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는 의학적 견해를 쉽게 배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에 우울증 진단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26. 선고 2020가단5019084 판결)은, 피보험자가 자살하기 1년여 전에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이력이 있었고, 지속적인 자살시도 경험도 있었으나 심신상실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고 인정됐습니다. 심지어 자문의는 피보험자가 “우울증상과 자살사고(自殺思考, 자살에 대한 생각)”를 가지고 자살한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이러한 피보험자의 자살 당시 우울증상이 ‘중증우울장애’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에서 말한 ‘피보험자가 주요우울장애로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는 의학적 견해가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사고 당시에도 ‘주요우울장애’ 상태에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고, 자살 당시에 피보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가가 중요한 고려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 위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26. 선고 2020가단5019084 판결)은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어서 확정된 판결은 아니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