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문헌: 송덕수(2021), 신 민법강의 제14판
확정일자란 – 작성 일자를 완전히 증명할 수 있는 증거
(1) 확정일자의 뜻
확정일자란 문서가 작성된 날을 완전히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확정일자가 한번 만들어지면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변경할 수 없어야 합니다.
(2) 확정일자의 의미(심화)
일반적인 문서의 작성자는 문서의 내용은 물론 작성일자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문서 작성자는 수정할 권한도 가지는게 당연한데 작성자 스스로 다시 문서를 작성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법률관계를 표시한 문서도 마찬가지로 작성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성자라고 해서 법률문서를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문서 작성자가 아닌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법률에서 ‘확정일자’를 요구합니다. 작성자도 한번 작성하면 바꿀 수 없는 문서를 통해서 제3자가 피해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률에서 확정일자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채권양도(민법 제450조)가 있습니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둘 사이 합의로 채권을 양도할 수 있고, 채무자에게 양도의 효력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채권양도인이 한 번 양도한 채권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양도하고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미리 복사해둔 서류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채권을 다시 양도하고 이익을 취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이런 경우를 흔히 “2중양도”라고 합니다.) 2중양도로 피해를 볼 수 있는(양도 채권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의 지위를 취득한 자를 말합니다.) 두 번째 양수인, 채권질권자, 채권을 (가)압류한 양도인의 채권자, 양도인이 파산한 경우의 파산채권자 등이 ‘제3자’입니다.
민법은 채무자에 대한 채권양도 통지 또는 승낙을 ‘확정일자’ 있는 문서에 의하도록 하고, 확정일자에 있는 문서에 의한 통지 또는 승낙이 아니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450조 제2항) 양도 통지 또는 승낙에 확정일자가 있으면 2중양도의 순서를 알 수 있고, 먼저 이루어진 양도를 우선 인정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49469 판결
지명채권의 양도는 이를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의 승낙이 없으면 채무자 기타 제3자에 대항하지 못하고, 이 통지와 승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민법 제450조). 여기서 ‘확정일자’란 증서에 대하여 그 작성한 일자에 관한 완전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말하며 당사자가 나중에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확정된 일자를 가리키고, ‘확정일자 있는 증서’란 위와 같은 일자가 있는 증서로서 민법 부칙(1958. 2. 22.) 제3조에 정한 증서를 말하며, 지명채권의 양도통지가 확정일자 없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짐으로써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나 그 후 그 증서에 확정일자를 얻은 경우에는 그 일자 이후에는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취득한다.
민법<법률 제471호, 1958. 2. 22.>1 부칙
제3조 (공증력있는 문서와 그 작성) ①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의 확정일자인있는 사문서는 그 작성일자에 대한 공증력이 있다.
② 일자확정의 청구를 받은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는 확정일자부에 청구자의 주소, 성명 및 문서명목을 기재하고 그 문서에 기부번호를 기입한 후 일자인을 찍고 장부와 문서에 계인을 하여야 한다.
③ 일자확정은 공증인에게 청구하는 자는 법무부령이, 법원서기에게 청구하는 자는 대법원규칙이 각각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수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개정 1970ㆍ6ㆍ18>
④ 공정증서에 기입한 일자 또는 공무소에서 사문서에 어느 사항을 증명하고 기입한 일자는 확정일자로 한다.
확정일자의 종류 – 공정증서, 내용증명, 주민센터 확인, 공공기관 확인 등
법률 또는 판례에서 인정하는 확정일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의 확정일자인, 공정증서
공증인이나 법원서기가 ‘확정일자인’을 찍은 일자는 민법<법률 제471호, 1958. 2. 22.> 부칙 제3조에서 정하는 확정일자입니다.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는 확정일자부를 작성해서 확정일자인을 관리하게 됩니다.
확정일자인이 아니더라도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작성일자를 기재한 것도 확정일자로 효력이 있습니다.
(2) 공무소의 확인 – 내용증명, 주민센터 확인
민법<법률 제471호, 1958. 2. 22.> 부칙 제3조는 ‘공무소에서 사문서에 어느 사항을 증명하고 기입한 일자’도 확정일자로 인정합니다.
① 내용증명
대표적으로 우체국이 어떤 내용의 우편을 발송했는지 증명해주는 ‘내용증명’이 있습니다.(우편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제4호 가목) 내용증명 자체는 본래 우편의 내용을 증명해주는 제도이므로 일자 증명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내용증명은 등기로 취급되므로 발송일자와 수령일자를 확인할 수 있고 발송일로부터 3년까지 그 내용과 배송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우편법 시행규칙 제54조 제1항, 제29조) 따라서 내용증명은 적어도 3년 동안 우체국이 발송일과 수령일, 수령인을 확인해주기 때문에 확정일자로 기능하게 됩니다.
참고로, 발송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우체국으로부터 내용증명 우편의 내용이나 배송사실을 확인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늦지 않게 증명서를 받아서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② 주민센터 확인
계약서 등 사문서를 주민센터에 가져가도 확정일자인을 찍어줍니다. 공무소인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확인해서 확정일자 효력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3) 확정판결
확정판결로 확인된 법률관계는 사후에 변경할 수 없으므로 확정판결도 확정일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7다30622 판결
확정일자에 의하지 아니한 채권양도가 있은 후 채권양수인이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이로써 채권의 양도인, 양수인 및 채무자가 통모하여 통지일 또는 승낙일을 소급하여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 경우 그 확정일자가 기재된 판결서, 즉 확정판결은 민법 제450조 제2항, 부칙(1958. 2. 22. 법률 제471호) 제3조 제4항의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해당한다.
(4) 공공기관[공사(公社)]의 확인
대법원은 한국토지공사가 작성한 채권양도 승낙서에 기재된 승낙일자는 민법 부칙에서 정한 확정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49469 판결
甲이 한국토지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乙에게 분양중도금을 대출하면서 대출금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장차 분양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乙이 한국토지공사에게서 돌려받게 될 분양대금반환채권 중 일부를 乙한테서 양수하는 내용의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였고, 분양대금반환채권의 채무자인 한국토지공사 지사장이 위 채권양도계약으로 양도된 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 채권양도를 승낙하는 취지의 승낙서를 작성하였는데, 승낙서의 승낙일자란에 연월의 기재만 있고 구체적인 날짜는 공란인 채 “2004년 8월 일”로 기재되어 있는 사안에서, 한국토지공사 지사장의 명의로 작성한 위 승낙서에 기재된 승낙일자는 민법 부칙(1958. 2. 22.) 제3조 제4항에서 정한 ‘공정증서에 기입한 일자 또는 공무소에서 사문서에 어느 사항을 증명하고 기입한 일자’에 해당하므로 이를 확정일자로 보아야 하고, 구체적인 날짜가 공란이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그 일자를 당해 연월 이전으로 임의로 소급시키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그와 같은 승낙일자의 기재만으로도 채무자 등의 통모에 의한 승낙일자 소급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는 점, 한국토지공사의 문서작성대장에 의하여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통상의 확정일자 일반과 마찬가지로 취급할 수 있는 점,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도 늦어도 당해 연월의 말일에는 확정일자가 구비된 것으로 볼 수 있어 법률관계가 불확실해질 우려는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위 승낙일자는 확정일자로서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승낙서는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