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는 일상에서도 쉽게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진실’을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내용증명'(등기우편)에 의해서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내용증명
명예훼손죄는 기본적으로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공연하게’ 적시하여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 성립합니다.(형법 제310조) 여기서 (허위)사실을 ‘공연하게’ 적시한 경우에 ‘공연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법원은 ‘공연성’의 의미에 대해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내용증명과 같은 등기우편은 기본적으로 수신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가족과 같은 동거인이나 직장동료가 등기우편을 대신 수령할 수도 있지만, 등기우편을 대신 수령한 사람도 우편물을 개봉하지 않고 수신인에게 전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1
결국, 내용증명과 같은 등기우편은 수신인이 특정되어 있으므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2
명예훼손죄에서 전파가능성 법리
원칙적으로 내용증명은 ‘수신인’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연성이 없습니다. 다만,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를 ‘전파가능성’ 법리라고 합니다.
내용증명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용증명을 ‘다수인’에게 보낸 경우나 내용증명의 수신인이 그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파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서 판단하게 됩니다.
내용증명으로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아나운서 경력도 없는데 아나운서를 사칭한다”는 취지의 허위의 사실을 적은 우편을 보낸 경우, 피해자의 남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아들의 여자친구가 낙태를 하고,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취지의 허위의 사실을 적은 우편을 보낸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 우편 수신인 사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전파가능성이 없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19. 1. 16. 선고 2018고단1132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0. 2. 5. 선고 2019노253 판결)
내용증명의 내용이 수신인들에게도 적용되는 공통되는 비위사실인 경우에 수신인들이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어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내용증명을 발송한 자도 전파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아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5. 8. 13. 선고 2014고정2724 판결)
내용증명으로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반면에 내용증명으로도 전파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전파가능성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 사례를 보면, 피해자의 주변인에게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나 갚지 않고 있으며, 돈을 갚으라고 했더니 오히려 사기죄로 고소를 했다.”는 등의 취지로 내용증명을 작성하여서 피해자 주변인 등 13명에게 송부하였고 8명이 내용증명을 수령한 사례에서 법원은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5. 1. 선고 2013노4380 판결)